여기 아름다운 청년이 있다. ‘최연소’라는 타이틀보다 ‘최고’가 되기 위해 실력을 갈고닦는 청년, 정다운 선수다. 푸른 꿈을 품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도 다시 일어서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은 눈앞의 현실과 타협하며 청춘의 시절을 지나온 사람에게 부끄러움과 감동을 남긴다. 10월에 있을 전국대회에 맞춰 하루 24시간을 쪼개 쓰고 있는, 열아홉 살 정다운 선수를 만났다.
AM 6:00
단 한사람, 오직 자신과의 약속
학교를 가야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정해진 출근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정다운 선수의 알람은 오전 6시면 어김없이 세상을 깨운다. 일어나라 채근하는 사람도 없지만 지체 없이 침대에서 일어나 몸을 움직이는 것은 오랜 반복이 만들어낸 습관이다. 열아홉 살, 아직 잠투정을 부리고 응석을 부릴 만도 하지만 그에게는 통할 리 만무하다.
지난 4월에 끝난 2018년 울산지방기능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하면서 새로운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다. 바로 국가대표가 되는 것. 작년 제주도에서 열린 전국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는 바람에 1, 2등이 출전하는 국가대표선수 선발전에 출전할 기회를 놓쳤는데 올해 지방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다시 기회가 주어졌다. 노력과 연습만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게으름을 피울 시간이 없다.
잠에서 깨면 책상 앞에 앉아 도면(대회에서 완성해야 하는 완성 모습이 담긴 도안)을 연구한다. 커트, 탈색, 염색, 스타일링까지 어떤 작업이 필요한지 꼼꼼히 체크하고, 얼마 동안 미션을 완성해야 하는지 분단위로 시간을 계산해 둔다. 지난 번 연습에서 부족했던 것이 무엇인지, 오늘 연습에서는 어떤 것에 집중해야 할지를 정리한다. 아침 8시, 미용실 문을 여는 것은 언제나 다운 양이다. 정리한 것을 빨리 연습해보고 싶은 마음에 발걸음을 재촉한다.
AM 8:00
매일매일 치르는 대회, 연습 또 연습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한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다. 정다운 선수 역시 연습만이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이며, 해야 하는 모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연습을 할 때에는 모든 환경을 대회와 같이 맞춰놓고 훈련을 한다. 정해진 시간 내에 도면을 똑같이 완성하기 위해서는 과정 하나하나에 정확한 시간을 안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제에서 요구하는 디테일한 것까지 표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국대회에서 시간 단축에 신경을 많이 쓰다 섬세한 부분을 놓친 것이 아쉬웠던 정 선수는 도면을 충분히 이해하고 각 과정에 적절한 시간을 배분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실전과 같이 연습하고 있다. 반복 또 반복해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말이다.
AM 10:00
선택과 집중, 장인(匠人)으로서의 길을 가다
사실 정다운 선수가 처음 가위를 잡은 것은 열두 살때이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어머니의 손길이 닿으면 사람들이 예뻐지고 환하게 웃었다. 그 모습이 정말 좋아 어머니를 흉내 내기도 했다. 그러다 어머니께 정식으로 미용을 배웠다. 이듬해 그는 미용사자격증을 취득했다. 중학생이 되면서 공부에 취미를 붙이면서 가위를 잡는 일이 줄었다.
그런데 누구보다 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성적은 계속 전교 2등. 공부로 최고가 되지 못했다. 그러다 2014년 처음으로 출전한 기능경기대회에서도 입상에 실패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공부로 1등이 되지 못했을 때는 속상하지 않더니 대회에서의 실패는 분했다. 괜히 억울해서 눈물도 펑펑 쏟았다. 그때 결심했다.
‘아! 헤어디자이너로서 최고가 돼야겠다.’ 그날 이후 정다운 선수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그에게는 꼬리표가 따라 붙었다. ‘최연소 도전자’라는.
PM 3:00
인생의 롤모델이자 스승인 어머니
정 선수가 헤어디자이너의 길을 선택한 것은 앞서 그 길을 걷고 있는 어머니의 영향이 크다. 어머니 김경란 씨 역시 2010년 전국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실력파다. 그에게 어머니는 그리 친절한 스승은 아니다. 방법을 알려줄 뿐 결코 결과를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잔소리도 하지 않는다. 스스로 결정하기를 기다려 주고, 또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알려줄 뿐이다. 하지만 언제나 가야할 길을 밝혀 주는 등대 같은 롤모델이자 든든한 지원군이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국가대표 선발전을 준비하겠다고 했을 때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응원해 줬다. 정 선수에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경란 씨에게 딸은 당신을 능가하는 제자다. 정 선수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경란 씨에게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다.
PM 4:00
스스로 인정하는 최고를 넘어
정다운 선수는 현재 직업 헤어디자이너는 아니다. 연습실이 어머니의 미용실 안에 있다 보니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는 종종 종업원으로 변신해 일을 돕기도 하는데, 정 선수에게 한 번 머리를 한 손님은 다시 그를 찾는다. 그렇게 늘어난 단골이 꽤나 많다.
함께 있는 동료들 역시 나이는 어리지만 뛰어난 감각과 순발력, 그리고 성실한 태도 등 배울 점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그는 자신의 그릇된 행동이나 불성실함 때문에 미용을 하는 사람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담금질한다. 국가대표 메달리스트 역시 그에게 스스로를 인정하기 위한 단계일 뿐 최종 목표는 아니다. 자기가 가진 기술을 통해 많은 후배들을 양성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숙련기술인이 되는 것이 정 선수의 꿈이다. 그래서 그의 도전이 더욱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