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전자전
    2017 국가자격취득자 수기 공모전 국가기술자격 분야 은상 수상자 최성직(현대로템)
  • 7186    

부전자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목만 보고 대대로 ‘아버지가 아들에게 전함’의 뜻으로 부전자전(父傳子傳)을 생각하겠지만, 누군가는 ‘어라! 왜? 전할 전(傳)이 아닌 번개 전(電)을 썼지?’라고 의아해할 것이다. 그렇다. 나는 아버지와 함께한 자격증 취득의 여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1955년생이신 아버지는 고등학교 때 전기공학을 전공하셨다. 그리고 현재 중소기업에서 전기기술자로 일하고 계신다. 2016년부터는 학점은행제로 경영학 전문학사를 준비해온 노년의 학도이기도 하다. 그런 아버지가 요즘 은퇴 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이 많다는 이야기를 어머니를 통해 들었다. 나는 새로이 알게 된 아버지의 고민에 대해 자식으로서 응원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러던 중 내가 회사에서 맡아서 진행하고 있는 소방 분야에 대해 알아보았다. 소방 분야에 재직하는 분들의 조언을 들어보니 소방 기술 자격이 있으면 개인 사업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하여 ‘내가 먼저 도전한 후 아버지께 권유해볼까’하고 아버지 응원하기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
었다.

소방 분야라는 목표를 세우긴 했지만, 기계/자동차공학을 전공한 나로서는 소방 관련 지식이 부족했다. 다행히 회사에서 소방 관련 업무를 하고 있어 현업에 계신 분들의 조언을 들으며 계획을 세우고 소방 분야 자격증이 무엇이 있는지, 시험 자격은 어떻게 되는지 찾아볼 수 있었다. 먼저 소방설비기사 기계분야, 전기분야 2가지 기술자격 취득을 목표로 했
다. 한 번의 필기시험과 세번의 실기시험의 갖은 노력 끝에 소방설비기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퇴근 후 도서관에서 1~2시간씩 시험 공부를 하고 주말에도 3~4시간씩 준비한 결과였다.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직장인으로서, 수험생으로서의 1인 4역이 힘들기는 했지만 뿌듯했다.
 

소방설비기사 전기분야 필기시험은 기계분야 실기와는 별도로 준비했다. 기계분야 기사를 취득하면 전기분야 필기의 4개 과목 중 2개 과목이 면제되지만 나의 경우는 면제 과목에서 상대적으로 점수를 더 받을 수 있었기에 기계분야 기사 취득 전 4과목 모두 시험을 보았다. 이 전략은 맞아떨어졌고, 그 결과 2016년 제1회 기사 필기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다. 기계/자동차공학이 전공인 아들이 전혀 다른 분야 시험에 합격한 모습을 보고 자극이 되었던 것일까? 아버지는 소방설비기사 전기분야의 시험 난이도는 어떤지, 어떻게 준비했는지 물어보셨다. 그동안 준비했던 것들을 설명해 드리자 아버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리고 소방 분야의 전망이 밝으며 개인사업도 할 수도 있다는 대목에서 들뜬 어조로 말씀하셨다. “아들! 나도 이번에 소방설비기사 전기분야에 도전이다!” 그리하여 2016년 가을, 아버지의 도전이 시작됐다.
 


먼저 아버지께 소방설비기사 전기분야 교재를 빌려드렸다. 아버지는 퇴근 후와 주말을 이용해 공부에 집중하셨다. 그 결과 첫 번째 시험인 2016년 제4회 기사 필기시험에 합격하다. 하지만 우리 부자는 나란히 실기시험에서 떨어졌다. 지난 실패를 발판삼아 더욱 열심히 시험을 준비했지만 50점대 후반의 점수로 연속적으로 좌절해야 했다. 그래도 둘 다 떨어져서 다행이라는 가족들의 응원에 웃기고도 슬픈 상황을 받아들이며 3번째 도전을 준비했다. 아버지와 나는 각각 지난 시험의 실패 요인을 파악하고 그를 극복하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노력하며 공부했다.

그렇게 2017년 제2회 기사 실기시험을 보았고, 자격증 취득에 성공했다. 현재 아버지는 전문학사 취득을 위해 학점은행제(총 80학점)를 다니고 계시는데, 이번 기사 자격증 취득으로 20학점을 인정받아 총 4학기 중 3학기 수업만 듣고, 2018년 2월 졸업 할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이번 기회를 계기로 자신감을 얻어, 전기기사와 전기공사기사 취득을 목표로 현재도 시험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제2, 제3의 목표를 정한 아버지는 요즘 사는 것이 즐겁다고 하신다. 행동으로 아버지를 즐겁게 해드린 듯해 뿌듯하다. 아버지는 늘 나 스스로 생각하고 미래를 현명하게 설계할 수 있도록 말없이 배려하고 응원해 주셨는데, 그런 아버지를 닮아가는 것이 바로 부전자전이자 자전부전이지 싶다.

시작은 아버지 응원하기 프로젝트였지만, 아버지 옆에서 같이 준비하며 나 또한 많은 것을 얻었다. 그전까지는 정해진 일상의 연속이었지만, 먼 미래 혹은 당장의 가까운 미래를 위해 전문성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목표를 세워 소방기술사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 부자는 서로를 응원하며 각자 정한 목표를 향해 오늘도 열
심히 달린다.

 

업데이트 2018-07-18 07:40


이 섹션의 다른 기사
사보 다운로드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