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계를 넘나드는 유쾌한 도전, 세상을 향한 새로운 무대를 여는 힘
    ㈜PMC프로덕션 송승환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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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4차산업의 시대다. 다가오는 새 시대를 열어가는 핵심 키워드로 멀티와 융합이 떠오르고 있다.
양 아래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다면, 기존의 것들을 얼마나 창조적으로 재해석하고 융합하느냐에 미래의 활로가 달려 있다.
6개월 전 펼쳐졌던 평창올림픽 개폐막식 무대는 문화와 예술을 통한 멀티와 융합의 사례로서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
이러한 평창올림픽 개폐막식의 총감독으로서 세계인을 열광시킨 문화예술기획자이자 전통 사물놀이를 모티브로 세계무대를 두드렸던 ‘난타’를 탄생시킨 주역, 송승환 감독을 인적자원 개발콘퍼런스 전 먼저 만났다.
글_김수연 사진_이성원

 

AM 09:00
아침, 또 하나의 무대가 열리는 시간

메일을 체크하는 것으로 그의 하루가 시작된다. 공연 관련 의견도 있고 안부를 묻는 편지도 있다. 일일이 열어보고 답변도 하는 사이 새로운 날의 활기가 왕성하게 펼쳐진다. 평창올림픽 이후 그가 누리는 ‘보통날’의 아침 풍경이다. “평창올림픽 이후로 좀 쉬는 중입니다. 2년 6개월 간 전력을 다했으니, 이젠 재충전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쉰다고는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공연기획을 하는 회사의 경영자이자 예술감독으로서 그의 할 일은 이어진다. 진행되는 공연의 상황을 체크하고 새로운 기획을 위한 아이디어 회의나 실무 미팅이 수시로 잡힌다. 이 모든 것은 ‘일’임에 분명하지만 그에게는 마치 숨 쉬듯 자연스러운 일상이기도 하다.

53년 전 아역배우로서 올랐던 첫 무대부터 지금까지 조금씩 더 원숙해져 온 삶의 무대를 매일 펼쳐 가는 것이다. 대한민국 문화산업의 대표 주자로 쌓아올린 그의 관록을 청해 듣기 위한 외부강연 요청도 적지 않다. 9월에 있을 인적자원개발콘퍼런스의 기조연설도 준비하고 있다.


AM 10:00
지시하기보다 지휘하는 리더십으로

평창올림픽이 ‘성공한 올림픽’이라 평가받는 데는 개막식과 폐막식 역할이 컸다. 가장 한국적인 문화 콘텐츠를 소재로 세계적인 보편성을 담아낼 수 있었던 문화적 저력, 전통과 첨단이 어우러지고 세대와 인종, 그리고 이념을 초월한 감동과 열광의 순간. 평생 문화예술의 현장 한복판을 가로질러온 그로서는 꿈의 무대 그 이상이었다.

“제일 중요한 게 콘셉트였습니다. 우리는 ‘조화와 융합’으로 잡았어요. 조화는 한국 전통문화의 특성이고 융합은 한국 현대문화의 특성으로 잡은 거죠.”

개폐막식의 기본이 거대한 넌버벌 쇼*가 되도록 한 것은 한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이 서로 통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였다. 결과적으로 그러한 시도는 성공했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노하우가 생기더군요. 총감독으로서 제가 가장 많이 했던 것은 칭찬이에요. 다소 부족한 아이디어라도 일단은 그 시도의 긍정성을 칭찬하고, 발전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하도록 고무하는 거죠. 그러면 그 친구의 역량이 몇 배 뛰어요. 결국 리더가 가장 잘 해야 할 것은 칭찬이구나 하는 걸 그 때 배웠죠.”

상대에 대한 인정과 관심, 무엇보다 ‘올림픽 무대’라는 확고한 목표의식을 전제로 하는 격려의 방식이었기에 그의 칭찬은 조화로운 리딩의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평창 프로젝트는 그야말로 멀티와 융합의 실험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음악과 미술, 무용, 영상, 건축, IT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의 역량이 함께 결합되어 펼쳐진 제전이었다. 때문에 이 모든 영역의 사람들을 조화롭게 이끌어 갈 리더의 역할이 더욱 중요했다.

“뒤풀이 자리에서 한 스텝분이 저에게 이런 말을 했어요. ‘그동안 저희에게 지시하지 않고 지휘를 해주셔서 감사하다’고요. 전 그 말에 오히려 감사했어요.”

매 순간 많은 사람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충분히 듣되, 최종적 판단을 책임지는 리더십. 이 또한 평창올림픽이 남긴 소중한 자산이다.

 

PM 02:00
멀티와 융합의 아이콘이 되기까지

우리 사회는 아직도 흔히 말하는 스펙을 중시하지만 송승환 감독은 '그게 다가 아님'을 증명하는 산 증인이다. 그는 늘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뭔지 확실했다. 연기를 하는 게 좋았고, 공연기획을 하고 새로운 방식의 무대를 만들고자 사람들과 작당을 하는 게 즐거웠다. 공연제작자에서 문화경영, 이제 올림픽 총감독 이력까지 보탠 그는 고정된 롤에 머물기보다 끊임없이 도전함으로써 새로움을 만들어 가는 창조적 에너지로 가득찬 멀티테스커로 살았다.

집안의 가난이 그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되기도 하고, 열정만으로는 생계가 보장되지 않는 문화계의 현실이 그로 하여금 세계로 눈을 돌리게 하기도 했다. 그 모든 것은 문화가 산업의 개념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추동한 배경이 되었다. 하고 싶은 연극을 계속 하기 위해 필요한 새 길을 여는 데 그는 전혀 주저함이 없었다.

오후 근무가 한창인 시간, 희끗해진 머리의 송승환 대표가 젊은 직원에게 말을 건넨다. 함께 웃고 대화하는 모습이 퍽 친근해 보인다.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토론하는 그의 모습은 위계를 중시하는 보통의 기업문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PM 07:00

오래된 소통, 새로운 영감

노을이 번져갈 즈음, 그의 하루도 평범한 직장인처럼 마침표를 찍는다. 이제는 지인과의 편안한 만남으로 이어지는 시간이다. 앞으로도 지금까지처럼 연극하고 공연 만들며 살 것이라고 말하는 그. 평생 멀티플레이어로 종횡무진하던 이의 계획치곤 단조롭지만 그는 늘 그렇게 살아왔다.

“젊은 친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시야를 멀리, 장기적으로 보자는 거예요. 한두 번 해보다 막히면 바로 접고, 그래서는 안 되거든요.”

확고한 목표의식이 있다면 도울 사람이 다가오니 미리 포기함으로써 그 기회조차 사라지게 하지 말기를 그는 당부했다.

“사람들은 제 성공만 기억하는데, 실패한 게 더 많거든요. 제가 PMC프로덕션을 만든 게 1977년, 난타가 성공한 게 1997년입니다. 무려 20년이 걸린 겁니다. 1, 2년 안에 승부를 내려고 했다면 여기까지 못 왔겠죠.”

덧붙여 그는 책, 영화, 음악, 연극 같은 다양한 문화적 자극을 통해 감수성과 상상력을 확장해 나가는 노력이 자신의 역량과 가치를 확장시킬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법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지금껏 무대 위에서 종횡무진하며 성장해 온 경험이 실린 선배로서의 조언이기도 하다.

 

업데이트 2018-09-1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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