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정기철(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정책실장)
명나라 말 우겸이라는 관리가 있었다. 당시에는 지방의 관리가 중앙의 권문세가에 뇌물로 지방의 특산물을 바치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러나 우겸은 수도로 갈 때마다 빈손이었다. 주변에서 금은보화는 그만두고서라도 지방의 특산물이라도 가지고 가야한다고 하자, 우겸은 “두 소매에 맑은 바람만 넣고 천자를 알현하러 가서, 백성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일은 면하리라”라며 듣지 않았다.
여기서 유래하여 청풍양수(淸風兩袖)는 소매에 맑은 바람만 넣는다는 말로 재물을 탐내지 않는 청렴결백한 관리를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사용된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청백리가 있었다. 조선 순조 때 이조판서로 역임했던 서기순 선생은 5대에 걸쳐 세 명의 정승을 배출한 명문가 출신이었으나 공문을 작성하기 위해 집에 가져온 초한 자루 하나조차 다음날 관아에 반납할 정도로 청렴한 모습을 보였다.
변화와 혁신이란 화두
정부는 참여와 신뢰를 통한 공공성 회복을 위해 2022년까지 OECD 더 나은 삶의 질 지수 10위권, OECD 정부신뢰도 10위권, 부패인식지수 20위권 진입의 목표를 수립하였다. 그러나 2017년 부패인식지수는 100점 만점에 54점으로 180개국 51위에 불과해 변화와 혁신을 통한 비약적인 노력이 없으면 달성하기 어려운 머나먼 목표일뿐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채용비리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고위공직자 청렴서약제’ 등다양한 제도와 45.2억 원의 예산으로 설치할 정부합동 민원센터의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시민사회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다양한 법과 제도가 연이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2001년 6월 28일 국회에서 통과된 부패방지법이 17여 년이라는 시간 동안 존재해왔지만 여전히 부패와 관행이 만연해있는 것을 볼 때 과연 법과 제도만으로 청렴사회에 도달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결국 모든 일은 사람의 문제
개개인이 청렴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많은 법과 제도가 있어도 기어코 빈틈을 찾아내 그물망을 빠져나갈 뿐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께서는 “모든 큰일은 가장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하고 크게 어려운 일은 가장 쉬운 것에서부터 풀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청렴사회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큰 변화와 혁신보다 먼저 우리 자신부터 청풍양수의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즉 적발과 감시위주의 청렴정책보다는 교육과 소통을 통한 청렴문화를 만드는 것이 청렴사회로 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