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이 2016년 9월 28일에 시행되었으니 벌써 2년이 지났다. 당시 한 유명 사회평론가는 방송에서 3년이 지나면 이 법이 폐지될 것이라고 단언하였다. 이제 1년밖에 안 남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추석이 지난 어느 날 보도에 의하면 소비 매출이 1년 전보다 많이 되살아났다며 청탁금지법이 유명무실해지는 것이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첫 시행 때처럼 이 법을 비웃는 보도였다. 필자는 당시에 법 적용대상이 공직자에 한정되어 있으므로 전체 국민 중에서 공직자 비중, 특히 금품과 향응을 받을 수 있는 공직자의 비중을 계산하면 소비 위축이 거의 미미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청탁금지법의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되자 언론은 이구동성으로 제재가 미약하다고 하였다. 가령 직무관련자로부터 100만 원 미만의 금품을 받을 경우에 과태료 처분을 하는 것에 대해 벌금 처분을 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던 언론들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언론기관을 적용대상에 포함한 후에는 과잉입법이라는 평을 내놓기 시작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청탁금지법이 모든 국민에게 적용되는 것이며, 분명한 법의 적용대상인 국회의원에게 예외가 적용된 것처럼 해설하기도 했다. “진리는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다”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씀처럼 한두 해가 지나 지금은 모두가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에게만 적용하는 것이고, 더구나 부정한 청탁을 한 민간인과 부정한 청탁을 받아 직무를 처리한 공직자에게만 제재를 가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마치 운전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에게 적용되는 도로교통법이 과속 또는 불법 주차, 무단횡단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제재가 없는듯 느껴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 법은 오로지 공직자와 직무 관련이 있는 민간인 사이의 부정한 청탁과 금품 수수만을 제재한다. 일반 국민들 사이의 청탁은 해당하지 않는다. 가족 사이, 친구 사이에서는 설사 부정한 청탁이 있다고 하더라도 법의 제재는 없다. 심지어 과도한 선물을 주고받아도 상관이 없다. 심지어 민간 기업에도 적용하지 않는다.
이 법의 의의는 공무원만을 지칭하던 기존의 ‘공직자’ 범위를 넓혀 모든 공기업 임직원도 공직자로 인정하였다는 점에 있다. 그 결과 예를 들면 한국산업인력공단 임직원의 신분이 민간인에서 공직자로 바뀐 것이다. 혹자에 따라서는 법 적용에 따른 제재를 염려하여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선량한 공기업의 임직원들은 자신들이 근무하는 직장의 가치를, 그들이 하는 일이 사회에 미치는 가치가 크다는 것을 법률적으로 인정해준 것이어서 환영할 것으로 생각한다.
필자의 경우에도 사립대학이 적용 대상기관이 되어 교직원 모두가 공직자로서의 신분 전환이 된 것이 한편으로 어색하고 무겁기도 하지만 얼마나 뿌듯하고 자긍심을 갖게 하는지 모른다. 그래서 과거보다는 훨씬 더 직무의 소중함을 느끼고 법 조항 하나하나를 살펴본다. 그에 따라 관행처럼 받던 학기 말이나 명절의 소액 선물조차도 거절하고 있다. 그런데 거절도 잠시일 뿐, 요즈음은 아예 거절할 거리가 없다.
학생들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일체 주는 일이 없다. 이제는 연구실 냉장고의 음료수는 내가 채워 놓아야 한다. 나도 편하지만 학생들도 얼마나 마음 편할까 생각한다. 초중등학생을 둔 학부모 역시 그럴 것이다. 학부모가 직장맘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아마 이런 필자의 마음은 공직자가 된 공기업의 모든 임직원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오늘도 공직자이다.” 이 얼마나 자랑스러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