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대한민국명장 7명이 새롭게 탄생했다. 대한민국명장 영예를 안은 이윤숙 대표(이윤숙 한옷)는 23살에 한복 만들기를 시작한 이후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한복과 함께 해오고 있다. 한 벌의 한복이 탄생하고, 한복을 입어주는 사람들이 있어 행복하다고 강조하는 이윤숙 대표를 만났다.
우리 옷 한복,
인생의 행복을 만드는 기술이 되다
“친할머니, 어머니 바느질 솜씨가 제게 전해졌나 봐요. 동네 사람들이 귀한 자리를 빛내줄 옷이 필요할 땐 친할머니, 어머니를 찾곤 했어요. 설날이면 제게 색동저고리를 만들어주셨죠. 예쁜 옷을 입고 즐거워했던 기억이 남아 있었는지 성인이 되면서 한복을 배우고 싶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버지께 상의 드렸는데 평생 기술로 손색없다며 추천해 주셨죠. 그래서 1980년 효자동에 있는 한복학원에 등록했어요. 생각보다 더 재미있더라고요. 12년 동안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11호 침선장 박선영 선생님께 지도를 받았어요. 그렇게 시작한 한복 만들기가 벌써 40년을 바라보네요.”
오랜 시간 곱디고운 한복을 가까이 해서 일까, 이윤숙 대표의 표정에는 시종일관 온화함이 묻어났다. 이윤숙 대표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서 ‘이윤숙 한옷’을 운영한다. 한복이 아닌 한옷이란 명칭을 사용하는데, ‘우리 옷’, ‘우리나라 사람들이 입는 옷’이라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한옷이라고 지었다.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일은
바로 한복 만들기를 선택한 것
이윤숙 대표는 한 땀 한 땀 정성을 쏟아 바느질을 하고, 20년 된 묵직한 가위로 옷감을 자른다. 주름 잡힌 옷감은 이윤숙 대표의 다리미질이 시작되자 말끔하게 펴진다. 한복을 만드는 작업은 수작업이 대부분이고, 서서 하는 경우가 많아 결코 쉽지 않다. 한복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 자체를 즐기는 이윤숙 대표는 자신이 만든 한복을 입을 고객을 생각하며 힘든 줄 모른다.
손바느질을 오래하다 보면 바늘을 잡은 두 손가락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작업에 몰두한다. 골무나 지갑 같은 작은 소품을 만드는 시간은 이윤숙 대표가 한복을 만들다 휴식을 취하는 시간. 이윤숙 대표는 한복이 있어 행복한 인생을 보내고 있다.
“인생에서 제가 잘 한 일 세 가지가 있어요. 소중한 아이를 뒀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운전면허를 땄죠. 그중에서도 가장 잘 한 일은 바로 한복 만들기를 선택한 일이예요.”
한 땀 한 땀 3년에 걸쳐 재현한 백저포로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국무총리상 수상
이윤숙 대표는 전통 한복은 물론 생활 한복, 규방공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찢어진 청바지나 미니스커트에 매치해도 자연스러운 한복 작품을 만든다. 치마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방울을 달기도 한다. 젊은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을만한 모던한 느낌의 작품들이다. 이때 이윤숙 대표만의 원칙이 있다. 전통적인 요소를 너무 서양화시키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역사 속 복식을 오늘날 재현하는 작업에도 관심이 많다. 이윤숙 대표는 고려시대 사람들이 즐겨 입던 백저포를 허리 부분에 0.2mm 간격으로 촘촘히 주름을 잡는 작업을 포함, 오직 손바느질로 3년 만에 완성해냈다. 이 작품으로 2004년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국무총리상은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한복 부문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이다. 결혼 후 경기도 안산시에 살고 있는 이윤숙 대표는 안산시 최초 도서관인 관산도서관 개관 2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단원 김홍도의 그림 속 복식을 재현, 전시하기도 했다.
“안산시는 단원 김홍도의 고장입니다. 단원 김홍도의 그림을 바탕으로, 안산시에서 김홍도가 활동했던 1700년대 출토 유물을 참고했어요. 묘에서 많은 옷이 출토됐거든요.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의 옷을 재현한다는데 의미를 두고 작업했어요.”
한복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이윤숙 대표는 한복 만들기를 여러 사람에게 알리는 작업에도 관심이 많다. 바쁜 시간을 쪼개 안산여성비전센터 강의와 안산디자인문화고등학교 동아리 지도를 꾸준히 하고 있다. 안산여성비전센터는 경력단절 여성들이 많아 이들의 전문성을 키우고, 자존감 또한 회복시킬 수 있어 뿌듯함을 느낀다. 수강생 중에는 졸업 후 강사로 활동하고, 한복을 보다 더 깊게 공부하기 위해 대학에 진학한 경우도 있다.
안산디자인문화고등학교 동아리는 이윤숙 대표가 학교를 먼저 찾아가 동아리 신설과 지도를 제안해서 성사됐다. 한복 만들기 동아리 정원은 20명. 모집 때마다 경쟁률이 치열해 학생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한복 만들기 못지않게 가르치는 보람이 있어요. 백저포를 만들 옷감을 짜야했는데 국내에서 찾을수가 없었어요. 국내에서 전통 방식으로 옷감을 짜던 사람이나 공장이 사라졌더라고요. 한복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다면 머지않아 한복을 만들 줄 아는 사람도 사라질지 몰라요. 그래서 제가 한복 만드는 기술을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전하려고 해요. 한복 만들기 지도가 제 사명이 되어버렸네요.”
이윤숙 대표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한복을 만드는 작업과 강의에도 매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한복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소망이다. 그래서 한복의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한복을 입고 다닌다.
“한복을 많이 입어줬으면 좋겠어요. 저도 대한민국명장으로서 한국 만들기를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인생의 가장 탁월한 선택으로 한복을 꼽는 이윤숙 대표가 무엇보다 잘 하는 일도 한복 만들기다. 좋아하는 분야를 행복한 평생 직업으로 삼고, 게다가 대한민국명장이라는 영예도 얻은 이윤숙 대표의 활약을 더욱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