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대학 진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기술이라도 있다면 살아가는 데 지장은 없으니 친척이 운영하는 자동차정비소에서 일하며 기술 배우기를 권유하셨습니다. 저는 정비소에서 근무하면서 자동차 분야 전문가라는 또 다른 꿈이 생겼습니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일이었지만 고장 난 자동차를 하나둘씩 수리하면서 학교에서 느끼지 못했던 보람을 느꼈고, 자동차가 더욱더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퇴근 후 틈틈이 자동차와 관련된 서적들을 챙겨보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일을 시작한지 2년이 지났어도 기술력은 단순소모품을 교환하는 작업 외에 크게 향상되지 않았습니다. 하루는 같이 일하는 선배에게 정비기술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했지만 “기능사 자격증도 없는 네가 자동차 정비를 하는 일은 무면허 불법 의료시술을 하는 경우와 같아”라며 거절했습니다. 선배의 말은 자격증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는 계기가 됐습니다.
저는 기능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H자동차 직업전문학교에 등록해 낮에는 정비사로, 밤에는 6개월 동안 직업전문학교에서 주경야독한 결과 드디어 생애 첫 국가기술 자격증인 ‘자동차검사기능사’를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 진학에도 도전해 인천대학교(야간)에 최종 합격했습니다. 2학년 과정을 마친 후 공군 차량정비병에 지원, 군복무를 하면서 자동차정비기능사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자동차 관련 잡지 구독해 읽기, 자동차 관련 신문기사 스크랩 등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제대 후 학교에 다니며 실무 경험을 더 쌓기 위해 정비소 취업을 준비했고, 대기업 협력정비업체인 르노상성 및 현대 블루핸즈 서비스센터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저는 정비사 업무와 학업을 병행하면서 실무 경험과 대학 졸업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자동차 와이어링(배선)업체인 ㈜경신에 품질 엔지니어로 입사했습니다. 4년간 근무하면서 전장 회로도 분석을 통한 고장원인 진단과 같은 고난도 정비와 오실로스코프 같은 각종 장비를 통한 차량 결함 원인 분석 능력을 더욱더 향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2018년에 자동차 업계 불황으로 회사는 설립 41년 만에 최초로 권고사직을 시행했습니다. 저는 또 한 번 도약의 시간이 필요함을 깨달았고, 상위 자격증인 자동차정비기능장을 목표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기능장 시험은 쉽지 않았습니다. 63회에서 고배를 마신 후 자동차공학, 경영공학, 판금과 도장에 관한 내용을 정리하며 준비한 결과, 2018년 9월 64회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습득한 전문지식은 업무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더 큰 관점에서 해결할 수 있는 혜안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최근에는 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아 연구개발팀으로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연구원으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시인 프로스트는 시 ‘가지 않은 길’에서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그리고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노라고, 그래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라고 노래했습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며 수없는 좌절을 맛보기도 했었지만 국가기술자격증은 동굴같은 삶에서 등불이 되어 나아갈 길을 제시해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