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 올림픽 메달의 꿈이 미래를 향한 첫걸음
김종련 대표가 기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학창시절 기능올림픽에 입상한 선배들의 시상식 모습을 우연히 마주하면서부터다.
오로지 실력으로 검증받아 당당히 목에 메달을 건 선배들의 모습에 큰 감명을 받은 그는 기술인에 대한 꿈을 싹틔우기 시작한다. 하지만 학업 성적도 우수했고, 집안 형편도 어렵지 않았던 그가 기술인의 길을 선택하기까지는 많은 장애물을 건너야 했다.
부모님, 선생님 등 주변 사람 모두가 실업계 고등학교로의 진학을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미 기술의 길을 선택한 그를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후 실업고등학교로 진학한 그는 수학여행을 통해 방문한 현대중공업 생산 현장에서 비로소 꿈을 구체화시키게 된다. 도크장에 건조 중이던 거대한 유조선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그는 ‘조선철목기능사’와‘ 배관기능사’를 취득했고, 이를 발판삼아 1974년에는 서울지방기능경기대회 배관분야에 출전하여 은메달 획득이라는 쾌거를 달성한다.
현대중공업에 취직하여 선박기계분야의 전문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도 이것이 계기가 됐다. 27년간 선박기계분야의 전문가로서 기술을 숙련시켜가던 그는 2002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그동안 산업현장에서 느꼈던 우리 선박 기자재 분야 기술의 아쉬운 점들을 직접 보완하고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렇게 그는 마흔여섯의 나이에 지씨테크(주)를 설립했다.
“지금이 아니면 평생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회사에 사표를 냈습니다. 그 용기는 모두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올 수 있었죠.”
시장 요구하는 기술 파악이 성공 포인트
현재 직원 26명에 지난해 연매출 129억 원을 자랑하는 알짜 강소기업 지씨테크(주). 그러나 처음부터 사업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창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부지 계약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해 퇴직금의 절반 이상을 잃고 좌절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새벽 늦은 시간까지 사업 모니터링을 하며 부담감을 버텨냈다. 그리고 이는 선박엔진 진동감쇄장치의 국산화 성공이라는 엄청난 성과로 나타났다.
“당시 시장에서는 건조되는 선체의 규모가 점점 커지는 것이 주 흐름이었습니다. 하지만 선체가 커지면 엔진도 커지기 때문에, 그 진동이 선체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 판단했죠. 그래서 파장을 이용해 엔진에서 발생하는 진동을 감소시켜주는 선박엔진의 진동감쇄장치를 국산화 시켰고, 현재까지 약1,200대의 선박에 적용되었습니다. 지씨테크(주)의 성장을 일궈낸 장본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그는 또한 당시 선박에서 발생하는 각종 폐기물을 소각시켜 배출하는 ‘선박용 소각기’와 관련하여 IMO(국제해사기구)에서 환경오염 기준을 강화시킨 것에서 다시 한 번 기회를 발견한다. 기존 장비 시스템을 강화된 기준에 맞게 보완하여 국산화시키는 것에 성공한 김 대표. 하지만 이후 관련 기술로 시장에 뛰어드는 중소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현재는 추가 시장을 확장하지 않고 주문 요청이 들어올 경우만 생산에 들어간다. 국내 중소기업 간의 경쟁은 결국 가격경쟁으로 이어져 모두가 손해 보는 싸움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그의 확고한 신념때문이다.
기술 강국 대한민국의 내일을 그리다
전체 근무 시간 중 절반 이상을 사무실이 아닌 생산 현장에서 보낸다는 김종련 대표. 이 시간 동안 그는 직접 기술을 개발하는 동시에 그 기술을 직원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제가 일궈낸 바탕을 기반으로 후배들이 더욱 성장해나갈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혼자서는 어렵지만 누군가 든든한 중심을 잡아준다면 큰 힘이 될 테니 말입니다.”
그가 개발한‘ 선반엔진 진동감쇄장치’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장에서 우수성을 인정 받아 사업안정기에 접어든 제품. 그는 성과를 공유하고 환원하기 위해 1~2년 안으로 해당 사업 분야를 우수 직원에게 승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마이스터고등학교와의 연계를 통해 인재채용을 계획하고 있다며, 기술인의 꿈을 가진 청소년들이 포기하지 않고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현재 특허 7건과 ISO인증 1건을 보유한 지씨테크(주). 이는 매년 매출의 10%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현대중공업 등의 대기업과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자문역할까지 수행해온 그동안의 성과다.
그동안은 국내대형 선박건조업체에서의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앞으로는 선박 건조기간을 단축시키고 동시에 대량생산을 가능케 하는‘ 스턴튜브 부시 유니트’를 동력으로 하여 중국, 일본, 브라질 등의 해외 시장매출을 40%로 크게 끌어올릴 계획이다. 훗날 사람들이 사용할 기술이 좀 더 편리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으로 오늘도 현장에서 제품개발에 눈을 반짝이는 김종련 대표. 그의 모습에서 기술 강국 대한민국의 내일이 그려지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