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주온(송경애) BT&I 회장은 1987년 외국인 전문 여행사를 창업한 이래 BT&I를 연간 3,000억 원의 항공권을 판매하는 국내 최대 기업체 전문 여행그룹으로 성장시켰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방한 당시 의전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2011년 포브스 ‘아시아 기부 영웅 48인’에 선정된 송주온 회장은 나눔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여행업계 여성 CEO 성공 신화로 자리매김하셨습니다. 창업 계기와 현재 사업 영역을 소개해 주세요.
15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습니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죠. 그런데 제 의사와 상관없는 결혼이 진행됐어요. 청첩장까지 나오자 1만 달러와 핸드백 하나 들고 무작정 집을 나왔습니다. 공항에서 한국행 편도 항공권을 사고 그렇게 한국에 왔죠.
신라호텔에서 VIP 코디네이터로 일하다 자본금 250만 원으로 외국인 전문 여행사 ITS(이태원 트래블 서비스)를 창업했습니다.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죠. 미팅을 나가면 저를 직원으로 착각하고 “사장을 만나고 싶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을 정도로 사장은 으레 남성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었어요. 그때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국내 최초 MICE 전문여행사, 국내 최초 한류와 여행을 연계한 엔터테인먼트 MICE, 국내 최초 여행만족보상제도 도입 등 다양한 도전을 해왔죠. 2006년 코스닥 상장 후 2009년엔 국내 최초 온라인 여행사인 투어익스프레스와 호텔트리스를 인수합병했습니다. BT&I는 기업전문여행, MICE, 인바운드, VIP전문 여행 컨시어지 서비스를 집중하고 있어요. 올해엔 스마트 모빌리티 전문 기업 비마이카와 합작 투자해 VIP 고객에게 프리미엄 의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마이컨시어지를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2010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고액 기부자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여성 최초로 가입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나눔을 실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부모님의 영향이 컸습니다. 어머니는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이 일상인 분이셨고, 편찮으신 어머니를 대신해 아버지와 나눔 파티에 참석하면서 당연히 나눔은 누구나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또한 1990년 결혼한 남편의 영향도 커요. 저는 완벽주의자인데다가 스트레스 때문에 불평불만이 많았죠. 결혼 후 5년이 지났을 때 남편이 “마음을 편하게 가졌으면 좋겠어”라고 하더라고요. 온화하고 긍정적인 남편에게 동화되는 순간이었어요. 제가 얼마나 행복한지 느끼게 됐고, 감사를 알게 됐습니다. 제가 느끼는 행복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파하고 싶어 나눔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2010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 원 이상 기부를 약속하면서 22번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자, 첫 여성 회원이 됐어요. 저는 ‘오늘이 가장 소중하고, 축복받은 날’이라는 의미에서 기념일에 기부를 해요. 2010년 2월 14일 제 생일을 기념해 2,010만 214원을, 장남 진영이 생일에 맞춰 2,010만 623원을, 남편 50번째 생일에는 2,010만 828원을, 차남 현진이 생일에는 2,010만 1,220원을 기부했습니다. 결혼 20주년을 기념해 2,010만 1,117원도 기부했죠.
남편과 두 아들도 나눔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치과의사인 남편은 탈북자 기관인 하나원에서 정기적으로 무료 치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남편 역시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해 부부 아너가 됐고요. 남편은 2018년 결혼 28주년을 맞아 아프리카 말라위에 축구장을 선물해 줬어요! 올해엔 우간다 기리기리 마을에 우물을 만들어줬죠. 역시 제 인생에서 잘한 선택 중 첫 번째는 남편과의 결혼이에요.
두 아들은 학교 다닐 때 별명이 ‘Noodle Boys’였어요. 하나원을 방문한 후 미국으로 돌아가 한국 컵라면을 학생들에게 파는 사업(?)을 벌였어요. 2009년 학교에서 컵라면을 팔아 모은 1,000달러를 어린이재단 ‘북한 아동에게 통일 빵 보내기’ 프로그램에 기부했습니다. 이듬해에는 어린이재단에 3,800달러를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나눔은 무엇인가요?
올해 아주 특별한 편지를 받았습니다. 어린이재단을 통해 후원했던 송지민 씨의 편지였어요. 13년 전 만났을 땐 고등학생이었는데 두 아이를 둔 엄마가 되어 있더라고요. 잘 커줘서 고마웠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을 위해 나누며 살고 있다는 이야기에 감동받았습니다.
사실 제가 힘들 때 편지를 받았어요. 저는 대한민국에 나눔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일부러 나눔을 드러내요. 그런데 올해 초 누군가 제 이름(송경애)을 사칭해 SNS로 돈을 요구하거나 도박사이트 가입을 권유하는 등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경애라는 이름 대신 집 주(宙), 어질 온(昷) 주온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경찰에서 수사 중인데 나눔을 빙자해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어 슬픕니다. 작은 도움을 잊지 않은 송지민 씨의 편지를 받고 큰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회장님께 나눔은 무엇인가요?
나눔은 행복입니다. 나누면 제가 행복해져요. 그리고 나눔은 일상이에요. 저는 명품 가방이 하나도 없어요. 저렴한 물건을 구입하고요. 아이들이 방학을 맞아 한국에 올 때도 이코노미 항공권만을 보내줬습니다.
우물 하나를 파면 1,000만 원이 들어요. 그러면 2,000명이 우물을 사용할 수 있어요. 그런데 어떻게 명품 가방을 사겠어요? ‘행복하기 위해 성공해야지’가 아니라 먼저 행복해야 성공이 가까워져요. 기부를 더 해야 하니 열심히 일할 수밖에요.
‘돈을 벌어 나중에 기부해야지’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나눔을 언젠가 돈을 모아 기부해야 하는 막연한 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제야 나눌 수 있다’는 돈은 얼마일까요? 기준이 없어요. 액수는 중요하지 않아요.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들을 보면 돈이 많아서 기부한 분들은 없더라고요.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세상, 도움을 받고 성장했기에 이를 나누려는 마음이 있을 뿐이에요. 지금 당장, 나눔을 실천하세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2020년은 의미 있는 해입니다. 남편이 60세가 되는 해이자, 결혼 30주년인 해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보다 더 재미있게, 의미 있게 나눌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두 아들도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 예정입니다. 그러면 패밀리 아너가 되겠죠.
장기적으로는 두 아들의 영어 이름을 딴 A&W Yoo 재단을 설립할 계획입니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재단을 만들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오드리 헵번처럼 아름다운 나눔을 실천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