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틈을 메우는 완벽한 기술력과 안전에 대비한 침착한 자세
    임오득 대한민국 명장(용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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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한 자재를 하나로 이어붙이는 용접은 제조업의 기반이 되는 기술이다.
대한민국 국방수호의 현장에서 뜨거운 기술력으로 우리 배를 지키는 임오득 명장을 만났다.
 

 

해군 정비사, 대한민국 명장에 오르다
지난 2019년 9월, 전 군(軍) 유일의 용접 명장이 탄생했다. 고용노동부가 주최하고 한국산업인력공단 주관으로 열린 직업능력의 달기념식에서 임오득 명장은 용접 기술력으로 대한민국 명장 증서와 휘장을 받았다. 그간의 오랜 노력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해군 정비창에서는 제13대 대한민국 명장의 탄생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용접기능사 자격을 취득한 후 줄곧 용접기술을 연마해온 임 명장은 주경야독으로 기계공학 분야에서 석사로 졸업후, 기계연구원을 거쳐 2002년부터 이곳 해군군수사령부 정비창함선공장에서 선체 용접과 절단 임무를 수행해오고 있다.
 


“고등학교 순환 실습시간에 처음으로 용접 기술을 배우고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자격증, 학위, 특허 취득, 봉사활동에 이르기까지 여러 방면의 자격을 갖추면서 대한민국 명장에 도전해보자는 생각을 했죠.”

세 번의 도전으로 대한민국 명장에 선정된 임 명장은 소문난 근성을 자랑한다. 용접 관련 국제기술사, 금속가공기술사 등 30개의 기술 자격증을 보유했다. 용접 기술은 절단과 이음이라는 면에서 단순해 보이지만 세세한 면까지 들여다보면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분야다.

“용접에 관련된 자격이 아주 많습니다. 기계, 재료, 비파괴 등 모든 기술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용접기술만 알면 되지 않느냐 생각하지만, 작업 시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전체 흐름을 알아야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도면을 볼 줄 알아야 하고 금속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지요. 그래서 꾸준히 공부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애를 쓴 자격은 기계기술사 자격 취득이었다. 기계기술사는 용접 등 뿌리 산업부터 3D프린터 등 산업응용 분야까지 광범위한 분야를 파악해야 하는 자격이다.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사놓은 책만 라면 한 상자라는 임 명장. 지난 30여 년간 한결같이 길을 걸어온 명장에게도 기술은 나날이 새로움을 더하는 작업이다.
 


용접, 해군 선체를 완성하는 기본 기술
해군군수사령부 정비창에서 임 명장은 함정 정비에 필수인 선체 및 선체 구조물의 절단과 용접 작업을 진행하거나 엔진 등 관련 장비 정비에 필요한 용접 작업을 수행한다.

“용접은 마치 옷을 만들 때처럼 조각조각 재단한 자재를 이어붙여서 하나의 배를 만드는 일입니다. 400m가 되는 큰 배도 결국 용접 기술이 없으면 건조 불가능하죠. 가장 기본이 되는 기술입니다.”

일반 조선소와 차이라면 이곳에서는 한 명의 기술자가 다양한 작업을 책임진다. 유압 프레스기 등 기계를 활용하여 절단한 후 아크, 티그, 미그, CO2, 스폿, 산소, 은납, 브레이징 등 여러 가지 용접기술을 활용해서 임무를 완수한다. 임 명장이 사내 기술특강에서 모든 원천기술에 대한 대비를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비창은 사회의 기술분류와 다르게 특화된 분야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모든 기술의 근간은 산업의 분류와 KS(한국산업규격)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개념을 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본인이 속한 업무의 기술적 배경이 무엇인지 알고 업무를 진행하면 훨씬 수월해지죠.”

산업에는 건설업과 제조업이 있고 제조업의 분류는 크게 기계와 전기로 나뉜다. KS규격에서 다시 A, B, C, D 등으로 나뉘며, 기계는 KS-B, 전기는 KS-C, 금속은 KS-D 등으로 세분화한다. 군에서는 엔진, 조선 등 특화 분야가 더 큰 덩어리로 분류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기계 분야가 가장 큰 범주로, 원천기술을 파악하려면 이러한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는 뜻이다.

“후배 기술인분들이 꾸준한 자기개발을 했으면 합니다. 저도 자격을 얻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시간도 꽤 오래 걸렸지요. 하지만, 기술인이라면 업무와 관련된 공부를 해야 하고 자격을 갖추어야 합니다.”

임 명장은 군 복무 시절, 수송관으로서 군용차 수리를 전담하기도 했다. 군용차가 험지를 달리면 프레임이 자주 휘게 되는데, 임 명장만이 장비 수리를 담당할 수 있었다. 법적으로 기술자격을 갖춘 사람은 임 명장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군 정비에 대한 자부심으로 걷는 길
해군군수사령부 정비창 해안가 도크(Dock, 건조된 선박을 바다에 띄울 수 있도록 해주는 시설) 위. 배 한 척을 두고 수십 명의 작업자가 수리에 심혈을 기울인다. 수리가 필요한 모든 해군의 배는 이곳을 거친다.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는 만큼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한다.

“용접은 전기를 사용하는 일이니, 감전 사고에 조심해야 합니다. 여름 장마철이었는데, 함정 작업 중에 감전된 적이 있었어요. 머릿속 생각과 다르게 온몸이 마비되더군요. 아찔한 기억이죠. 감전 후부터는 매사에 안전 원칙대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 탓에 누군가는 용접기술을 기피업종으로 받아들이지만, 모든 어려움을 이기는 것은 자부심이다. 기술력으로 국가 방위에 일조한다는 사실이 또다시 현장으로 발길을 이끄는 것이다.

“날씨가 아주 좋은 날이었어요. 주력 전투함을 용접하고 있을 때, 대한민국 명장 심사위원분들이 현장에 오셨어요. 작업 현장을 보더니 ‘아! 실제로 이렇게 작업하는구나!’하고 감탄하시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용접 기술력을 인정받았죠. 힘든 순간도 많지만, 우리나라 국방에 일조한다는 자부심으로 일합니다.”

임 명장은 한때 우리나라 한국형수직발사대(KVLS, 대한민국이 독자 개발한 수직 미사일 발사기) 최초 설치에 이바지한 공으로 해군군수사령부 정비창장 표창과 국방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헌혈 유공 금은장 수상부터 대한민국 명장 선정까지, 표창에 대한 상금도 오롯이 군을 위해 쓴 인물이기도 하다. 앞으로 임 명장의 목표는 건강하게 주어진 임무를 마치는 것이다.

“어릴 적 갈림길에서 이 길을 선택했는데, 돌아보면 잘한 선택이었습니다. 험난한 길일지라도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는 것은 큰 매력입니다. 앞으로의 제 목표는 끝까지 건강하게 제 임무를 마치는 겁니다.”

이는 모든 대한민국 국방 인력의 마음일 것이다. 틈을 메우는 완벽한 기술력으로 국방을 위해 임무를 다할 임 명장. 꾸준히 정진하는 그의 삶을 응원한다.


 

업데이트 2020-04-21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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