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기운이 선연해지는 봄이면 동단의 섬마을은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한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가슴 찡해질 정도로 친숙한 그 이름, 울릉도와 독도를 찾기 위해서다.
역사적 의미는 물론 날 것 그대로의 자연을 품고 있어 색다른 정취를 제공하는 동쪽 섬마을로 떠나본다.
울릉도 여행 1번지, 도동과 저동
동단을 향한 섬 여행은 일기예보를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날씨에 따라 운항 스케줄 변동이 잦기 때문이다. 입도를 위해 배를 탈 수 있는 여객터미널은 강릉, 묵호, 포항, 후포까지 총 네 곳. 뱃멀미가 걱정되는 사람이라면 울릉도까지 가장 짧은 시간이 소요되는 후포항에서 승선하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종상화산(鍾狀火山) 중 하나인 울릉도는 명칭 그대로 마치 종을 엎어놓은 듯한 형세다. 깎아지른 듯 아슬아슬한 해안절벽과 곳곳에서 맞닥뜨리는 가파른 경사 탓에 다소 거친 느낌도 있지만, 본연을 간직한 자연을 마주할 수 있어 먼 길을 떠나온 노고는 충분히 보상되고도 남는다.
여행자에게 가장 사랑받는 코스는 울릉읍 도동과 저동 일대다. 관광명소는 물론 각종 상점, 식당, 숙박시설 등이 밀집해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도동항에서 촛대바위까지 이어지는 길이 2.6km의 행남 해안산책로는 울릉도를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코스다.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 위로 기암절벽 산책로가 펼쳐지고, 이어 해식동굴 산책로, 출렁다리 등으로 연결되어 걷는 재미를 더한다. 산책로 사이로 싱싱한 해산물을 맛보며 쉬어갈 수 있는 간이식당은 산책로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망향봉 일대 역시 인기 여행 코스다. 케이블카로 편안하게 갈 수 있는 데다 약수공원, 독도박물관 등이 함께 들어서 있어 동선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도동항과 시가지, 그리고 맑은 날에는 독도까지 관망할 수 있는 삭도전망대와 해상전망대까지 놓치지 말고 둘러보자.
날것 그대로의 자연을 만나다
지난 2012년, 울릉도는 또 하나의 관광명소를 탄생시켰다. 그동안 부속섬으로서 멀찍이 사람들과의 거리를 유지하던 관음도에 연도교를 놓아 접근성을 높인 것이다. 관음도라는 이름은 관세음보살이 그 아름다움에 취해 잠시 쉬어갔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
원시 무인도로 살아왔던 섬 내에는 깍새(슴새)와 후박나무, 동백나무 등을 비롯해 한때 해적소굴로 여겨졌던 관음쌍굴까지 다채로운 볼거리로 가득하다. 인근에는 지상에 내려온 선녀들이 바위섬으로 뀌었다고 전해지는 삼선암이 자리해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굴곡진 경사의 울릉도에도 평지가 존재한다. 사방이 능선으로 둘러싸여 있어 포근한 분위기를 풍기는 나리분지다. 육지 사람들이 거칠지만 호쾌한 울릉도의 경치를 감상하러 온다면, 도내 사람들은 부드러운 인상의 나리분지를 찾는다.
마을 내에는 교과서에서나 보던 울릉도 전통가옥 투막집과 너와집 형태를 감상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겨울을 대비해 새茅나 옥수숫대를 엮어 집 바깥으로 외벽을 두른 우데기도 보인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이토록 다른 생활을 영위해 왔다는 것이 신기하다. 나리분지는 도내에서 자란 청정나물을 사용해 만드는 산채비빔밥 전문식당들이 유명한데, 호박막걸리나 씨앗막걸리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울릉도 서면에는 마치 롤러코스터가 지날 듯 가파르게 이어진 선로가 있다. 태하향목 정상으로 향하는 관광모노레일이다. 하차 후 연결된 산책로를 따라 거닐다보면 향나무 자생지이자 괭이갈매기 서식지로 알려진 대풍감 해안절벽을 마주할 수 있다.
대한민국 최동단 독도를 향한 한걸음
최동단을 향한 섬 여행 코스의 마지막은 독도. 이름을 읊조리는 것만으로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감정일 것이다. 동도와 서도, 기타 89개의 부속도서로 이루어진 독도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제336호로 지정되어 있다. 바다제비, 괭이갈매기, 노랑지빠귀 등 160여 종의 조류를 비롯해 곤충 130여 종, 식물 60여 종 등이 서식하고 있어, 명실상부 생태계의 보고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인의 출입을 허하지 않았던 독도가 다시 열린 것은 지난 2005년이다. 기상여건 상 입도 가능일은 연중 60일가량, 그마저 동도에 한해 방문이 가능해 까다롭다는 느낌은 있지만, 독도를 둘러싼 뜨거운 갑론을박 때문인지 여행객들의 발길은 끊어질 줄 모른다. 선착장으로 배가 들어서고, 하선한 사람들은 주어진 30분가량의 시간 동안 열심히 선착장 주변을 맴돌거나 사진을 찍는 모습이다.
고이 챙겨온 태극기를 꺼내 독도 역사여행을 기념하는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독도가 우리 영토임을 입증하는 문헌은 다양하다. ‘세종실록지리지’는 무릉(울릉도)과 우산(독도)을 강원도 울진현에 속한 섬으로 기록하고 있고, 17세기 한·일 간 이루어진 교섭에서는 에도막부가 직접 ‘돗토리번 답변서’를 통해 다케시마(울릉도)와 마쓰시마(독도)가 일본에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일본의 옛 관찬 지도에는 아예 독도가 표기되어 있지 않다. 자국으로 인지하지 않았음을 상징하는 단적인 예다.
국토 최동단, 뜨거운 역사 분쟁의 중심에 선 독도를 뒤로한 채 다시 배에 오른 여행자들의 눈길엔 아쉬움이 가득하다. 쉽게 닿을 수 없기에 더 애틋해지는 마음은 독도명예주민증 발급으로 달래보자. 여행 후 독도관리사무소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신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