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공간에서 나만의 요리를 뽐내는 꿈을 10대 내내 가져왔다.
순수한 열정이 가득했기에 꿈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스스로와 약속했다. 그러나 입시라는 장벽은 꿈보단 현실을 택하라고 말했다. 현실을 택하고 나니 남은 것은 ‘4년제 대학을 나와 취업에 힘써 직장에 다니는’ 소위 말하는 평범한 삶을 위한 목표뿐이었다.
입학한 지 일 년이 채 되기도 전에 현실에 안주하는 내 모습이 싫어졌다. ‘꿈에 다시 도전하자!’가 아니라 어느새 나는 다시 도전하고 있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꿈을 향한 열정으로 20대를 써 내려가려고 한다.
꽃을 만지다가
빵을 선택한 순간
사람들은 본인만의 특별함을 믿는다. 나 또한 그러한 10대를 보냈다. 나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은 아니었지만, 손재주가 좋았다. 나는 나의 재능을 믿었다. 믿기를 넘어 약간의 자만도 있었다. 이 정도 재능과 실력이라면, 어디든 가서 먹고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뿐이었다. 나는 나의 ‘특출난’ 재능을 뽐내고 싶었지만, 막상 대학을 와보니 나만큼의 실력을 갖춘 사람들 은 많았다. 그에 더하여 나보다 더 좋은 대학을 다니는, 유학을 다녀온, 이미 경력이 있는, 자격증을 보유한 그런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나는 겨우 입시라는 작은 장벽을 넘었을 뿐이었다. 내 실력으로 그들을 넘을 거라고 했지만, 세상이 원하는 것은 증명된 자격과 경력이었다.
그래서 자격증을 취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원예과 학생이었지만 두 번이나 화훼장식기능사 취득에 낙방한 상태였다. 이루어 놓은 게 아무것도 없다는 불안함 속에서 나의 오랜 꿈이었던 제과기능사 도전을 앞두고 있었다. 여름방학이 되고, 아침에는 운전면허학원에 갔다가, 점심에는 제과 학원, 저녁에는 바리스타 학원을 가고 밤에는 헬스장에서 운동했다. 뭐든 하나 포기하는 게 좋을 거 같았지만 나는 그 무엇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버스에서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핸드폰으로 필기 문제를 풀거나, 필기 요점정리 영상을 보며 이동하고 학원에서는 실기에 집중했다. 그리고 밤에는 그날 배운 실기내용을 동영상을 보며 정리하고, 잠들 때까지 필기책을 봤다. 꿈을 향한 열정이 없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르는 일상을 나는 알게 모르게 즐기며 보냈다.
실패란 기회이고,
성공이란 내가 누릴 결과다
첫 필기시험에서 나는 낙방했다. 몇 점 차로 필기에 낙방한 내가 바보 같았다. 곧바로 다음 필기시험에 등록했지만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기준 점수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화훼장식기능사 두 번의 낙방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불합격’이라는 단어에 신물이 났다. 계속되는 힘든 방학 일정에, 아직 이뤄 놓은 것은 없다는 불안감까지. 신체적인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날 더욱 가둬 놓는 듯했다.
그러다가 내 길이 옳은 길이었다는 것을 증명해야한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훗날 내 청춘을 돌아봤을 때 자신에게 인정받기 위해. 남들에게는 작은 ‘기능사 필기’ 일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몇 번의 포기와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중요한 단계였다. 다시 펜을 들고 남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서 공부했다. 두 번째 필기시험은 합격이었다. 기뻤지만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했기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심사위원과 감독은 나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것이며, 시험은 공정하리라. 그렇게 실기시험에 임했다. 낯선 공간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함과 자신감을 유지하며 마무리까지 확실하게 했다. 약 3주 뒤 합격자 발표일, 몇 시간 전부터 잠에서 깨어 노트북을 켜고 책상 앞에 앉았다. 확인 결과, 70점으로 합격이었다. 턱걸이가 아닌 점수였기에 더 값졌다.
내가 준비하는 동안 나보다 더 나를 응원해준 엄마에게 알렸고 엄마는 나를 토닥이며 애썼다고 말씀하셨다. ‘제과기능사’는 나에게 남다른 의미다. 짧은 인생 속 가장 컸던 포기와 도전, 열정이 담겼던 종목. 앞으로의 인생을 대하는 법을 알려준 시험이었다.
넘어야 할 벽은 많겠지만
우리의 청춘은 아름다울 것이다
시험 합격 후 나는 바로 창업을 한 것도, 누군가 알아주어 인정받을 일이 생긴 것도 아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나의 수기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누구의 인생이든 굴곡이 있다. 그 굴곡에는 바닥과 하강선이 존재하고 이를 딛고 나아가는 상승선과 정점이 있다. 정점의 이야기를 적어 내리고 그것을 읽는 것은 우리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지금이 나에게 가장 중요한 상승선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바쁘디 바빴던 방학을 쪼개어 취득한 자격증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웠다. 절망이 있어도 딛고 일어서면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앞으로 넘어야 할 벽들은 크고도 도 많고, 나는 앞으로도 넘어지겠지만 나는 다시 일어나서 넘을 수 있다.
각자의 인생은 모두 힘들고도 아름답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하기에 세상이 돌아간다. 이 모든 것에는 개개인의 열정과 굳건함이 기반이 된다. 결국엔 열심히 꿈을 위해 달려가는 우리가 더욱 좋은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내가 쓴 이 소소한 글을 지금의 청춘들에게 올린다. 이제 막 사회에 나아가는 청춘들에게 힘과 용기를 되찾도록 돕는 글이 되었으면 한다.
모두가 본인이 이루어낸 작은 것들에서 출발하여 또다시 굳건히 달려가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