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는 사회적 신뢰를 손상시키면서 불공정한 경쟁을 유발하고 높은 경제적 비용을 발생시켜 장기적으로 경제 발전을 저해한다.
아프리카의 보츠와나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선교사의 글을 읽어본 적이 있다. 초등학생들로 보이는 십여 명이 모여 놀기에, 찾아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너희들 배고프지? 저기 보이는 소나무를 가장 빨리 돌아오는 학생에게 이 빵을 전부 주겠다.”
학생들은 머뭇머뭇하면서 움직이지 않다가 다 함께 손을 잡고 뛰기 시작하여 똑같이 동시에 발을 맞추어 돌아왔다.
선교사는 의아해하며 “빨리 목표물을 돌아오면 이 빵을 다 먹을 텐데 왜 그렇게 안했니?”라고 묻자 “빵을 먹는 사람은 좋겠지만 못 먹는 친구는 어떻게 해요?”라고 대답했다.
초등학생들이었지만 자기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기특했다.
청렴을 거론할 때마다 대표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매년 발표하는 세계 각국의 부패인식지수(CPI)이다.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보다 CPI지수가 높은 나라는 보츠와나이다. 2019년 보츠와나 CPI순위는 180개국 중 34위, 점수는 100점 만점에 61점이었고, 우리나라는 39위, 59점이었다.
아프리카 하면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못살고, 굶주리고, 부족 간에 싸움이 잦고, 부정부패가 심한 대륙이 생각난다. 그런데 보츠와나는 어떻게 이처럼 청렴한 국가가 되었을까? 그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정부의 노력이고, 둘째는 교육의 힘이다. 첫째로, 보츠와나는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다가 1966년 독립하여 1994년 강력한 반부패법을 제정한 이후 20여 년 이상 정부 고위 공직자들이 부정부패의 뿌리를 뽑기 위해 혼신을 기울였다. 둘째로, 초·중·고 윤리, 도덕, 경제 교과서에 한 단원으로 반부패에 관한 내용이 수록되어 학습한다.
학습뿐만 아니라 실제로 연극 등을 만들어 직접 시연함으로써 반부패에 대한 경각심과 부정부패가 범죄라는 사실을 인식한다. 우리는 학교 다닐 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했지만, 보츠와나 학생들은 우리의 소원은 청렴이라고 한다.
이처럼 청렴에 대한 조기 교육이 이루어져 청렴이 생활화되고 삶의 가치관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청렴교육 현장은 어떠한가? 공직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청렴교육은 있어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청렴교육은 대단히 미흡하며, 실제로 학교에서 청렴교육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14%에 불과했다.
「초·중등학교 교과서의 청렴교육 강화·확대를 위한 정책 연구(박병기 외 8인, 2016.10)」에 따르면,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청렴이라는 내용을 직접 제시한 부분은 찾아보기 힘들다. 중·고등학교 도덕 교과서에 청렴과 직접 연결되는 단원이 있지만, 포괄적인 데다가 체계적이지 않아서 청렴교육에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청렴이라는 주제를 교과서에 구체적으로
소단원 또는 중단원의 분량으로 상세하게 기술하여 학습해야 청렴 실천에 도움이 될 것이다.
청탁금지법의 시행으로 부정청탁의 관행도 많이 사라지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공단에 근무하는 직원들과 공직자등은 자기들을 바라보는 청렴에 관한 국민의 눈높이와 관행의 부조리를 인식하여 올바른 업무처리를 해야 할 것이다. 올해 6월, 2년마다 개최되는 국제반부패회의(IACC)가 우리나라에서 열린다. 우리 사회 전반에 부패방지 문화를 확산시키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