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래로 걷는 여행
    강릉 향호해변, 부산 문화공감 수정, 제주 김녕미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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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에 누군가를 떠올려본 적 있는가.
향기는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신비한 힘을 지녔기에, 찰나의 순간에도 특정 기억을 끌어낸다.
그러나 향기만큼 강력한 것이 또 있다.
시간과 장소, 사람에 묻어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노래’다.
이 봄, 우리에게 노래로 기억되는 장소들을 거닐어 보자.
노래에 담긴 추억과 함께라면 더 뜻깊은 여정이 될 것이다.
 

 

추운 겨울 끝을 지나
다시 봄날이 올 때까지,
다시 꽃피울 때까지。

방탄소년단 봄날 × 강릉 향호해변

강릉 주문진 향호해변에 있는 자그마한 버스정류장. 방탄소년단의 WINGS(정규 2집) 외전 앨범(YOU NEVER WALK ALONE) 재킷 촬영을 위해 설치한 이 정류장은 한동안 철거되었다가 팬들의 문의가 잇따르자 2018년, 강릉시가 따로 제작해 설치했다. 이후 이곳은 국내외 방탄소년단 팬들이 방문하고 싶은 국내 여행지 1순위에 올랐다.

이 앨범에 수록된 곡인 <봄날>의 뮤직비디오에는 강릉의 푸르름이 돋보인다. ‘추운 겨울 끝을 지나 다시 봄날이 올 때까지, 다시 꽃피울 때까지’라는 봄날의 가사와 어우러져 푸르름은 한층 깊이를 더한다. 뮤직비디오 속 한 장면에 취하고픈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서일까. 향호해변에는 언제부턴가 ‘청춘의 시작은 여행이다’라는 문구가 걸려있다. 앞글자를 따서 청·시·행 비치로도 불리는 이곳. 지나간 사랑의 아쉬움이 담긴 노랫말과 햇볕을 거니는 청춘, 짙푸른 바다가 삼박자를 이룬다.

한편, 강릉 주문진 투어를 버스정류장에 기대는 것만으로 끝내긴 아쉽다. 주변에는 동해안 특유의 석호(潟湖)인 ‘향호’ 호수가 있고, 아들을 점지해 준다는 스토리를 간직한 ‘소돌아들바위’ 공원과 동해안의 대표적인 수산항구인 주문진항 수산시장 등이 이어진다. 펄떡이는 활어를 골라 맛보는 재미와 갯바위를 넘실거리는 파도를 느껴보라. 발자취를 따라 걷는 여행이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강릉시 주문진읍 주문북로 210
한국관광공사 선정 ‘방탄소년탄(BTS) 투어 한국 관광명소 TOP 10’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보낼게요。

아이유 봄편지 × 부산 문화공감 수정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보낼게요’ 편지로 자신의 마음을 전할 수밖에 없는 소녀의 마음을 담담히 그려낸 아이유의 <밤 편지>. 예스러운 느낌에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한 편의 영화 같은 <밤 편지> 뮤직비디오는 부산의 문화공감 수정(구 정란각)에서 촬영했다. 마루에 걸터앉아 노래하는 이의 모든 순간순간이 애틋하다.

이곳은 1943년,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적산가옥(나라나 점령지 안에 있는 적국(敵國) 소유의 집)으로, 해방 이후 오랫동안 정란각으로 불리다가 문화유산국민신탁이 위탁받아 현재의 문화공감 수정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2007년 등록문화재 제330호로 지정된 이 공간을 남겨두지 않고, 의미 있게 활용하기 위해 2016년 모든 시민에게 개방했다. 어르신들이 매실차와 대추차를 손수 만들어 판매한다.
 


한편, 공간을 운영하는 이들은 이곳을 카페가 아닌 문화재 공간으로 기억해주길 바란다. 일제강점기 근대 주택 건축사와 생활사 연구를 위한 자료로 가치가 높은 곳으로, 문틀과 바닥, 벽체 등 모든 부분이 역사적인 가치를 담은 소중한 공간이라는 것이다. 여행지이지만 단순한 여행지는 아닌 곳. 문화공감 수정이 지닌 공간과 시간 때문일까. 아이유의 <밤 편지> 속 차마 말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우리네 역사와 닮아있는 듯하다.
 

부산광역시 동구 홍곡로 75(수정동 1010)
2007년, 등록문화재 제330호로 지정


설탕처럼 녹는 중
나는 어느새 깃털처럼
하늘 위를 날아다니네。

오마이걸 WINDY DAY × 제주 김녕미로공원

중세 영화 속의 정원에 온 듯한 신비한 공간. 제주 김녕미로공원은 제주대학교에서 객원교수로 재직해 온 미국인 故프레드릭 H.더스틴(Fredic. H. Dustin) 교수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로 디자이너인 애드린 피셔(Adrian Fisher)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1983년부터 손수 황무지를 일구고 나무를 심어 1995년에 개장한 우리나라 최초의 미로공원이다.

오마이걸의 리패키지 앨범(WINDY DAY)의 타이틀 곡 뮤직비디오를 이곳에서 촬영했다. 미로와 인근 숲에서 뿜어내는 환상적인 분위기가 ‘너를 생각하면 흔들리는 나무들과 너를 볼 때마다 돌아가는 바람개비’라는 노랫말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이곳 미로의 총연장선은 932m이고 입구에서 출구까지 가장 짧은 코스는 190m이다. 3m가 훌쩍 넘는 나무 미로 속에서 출구를 찾는 데 드는 시간은 평균 33분(포토존마다 사진을 찍는다면 소요시간은 훨씬 더 길어진다). 적당한 난이도와 소요시간에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짜릿하다. 무엇보다 사계절 푸르른 레일란디 나무 향기가 기분 좋은 곳. 레일란디는 정신을 맑게 해주고 심리적 압박감을 완화해주는 효력이 있다.

미로에서 탈출해 승리의 종을 울린 뒤 주변을 보면, 어느새 하나둘 모여든 고양이들을 발견할 수 있다. 동물과 더불어 살아가자는 따뜻한 안내가 이곳의 분위기다. 푸르른 숲과 나무, 재미, 삶에서 한 발짝 떨어져 누리는 온전한 쉼을 원한다면 이곳은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설탕처럼 녹는 중 나는 어느새 깃털처럼 하늘 위를 날아다니네’라는 가사처럼 말이다.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만장굴길 122
오전 9:00~오후 5:00(하절기 오후 5:30)
성인 5,500원 / 청소년 4,400원 / 소아 3,300원
김녕해수욕장, 김녕사굴, 만장굴


 

업데이트 2020-05-3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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