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이 준 자격이라는 선물
    이주용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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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충남 부여군에 소재한 여지역아동센터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대체복무를 시작했습니다.  복무 전, 저는 사범대학에서 육학을 전공하던 학생이었기에 이곳에서 총 39명의 아이들의 학교 공부를 도와주고, 부족한 과목을 가르치게 됐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자신의 ‘꿈’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아이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전공을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고, 전문성을 위해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선물 ─ 직업상담사
아이들에게 “너는 좋아하는 일이 뭐야?”, “나중에 어떤 직업을 갖고 싶어?”라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몰라요.”, “생각해본 적 없어요.”였습니다.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는 아이들에게 ‘직업 정보라도 알려주면 좋지 않을까?’, ‘진로 상담을 해주면 어떨까?’ 하는 목표 의식이 생겼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업상담사 자격이 필요했고, 그때부터 자격 취득을 위한 공부가 시작되었습니다.

밤 11시부터 새벽 3시까지 꾸준히 공부하기가 괴로웠지만, 노력하여 직업상담사 2급 필기시험과 이어지는 실기시험에 순조롭게 합격했습니다. 자격증 취득 후 센터장님의 허락을 받아 매주 목요일마다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개별 상담을 했습니다. 언제나 최선을 다하여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도움을 주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하나의 자격증이 전문성을 완벽히 보장해주지는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상담과 관련한 전문성을 높이고 싶어 교육청에 문의했더니 충남교육청 연구정보원에 상담자원봉사 제도가 있었고, 회원이 될 경우 매달 교수를 초빙해 연수를 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알았습니다.

자격 요건이 복잡했지만 ‘상담 관련 자격증 소지자’였기에 지원이 가능했습니다. 노력 끝에 최연소 회원이 된 후, 매달 진행되는 교수님들과의 연수에서 유익한 정보를 얻고 이를 양분 삼아 센터에서 학생들에게 조금 더 구체적인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렇게 1년 가까이 학생들과 상담과 대화를 이어가며 지내던 중 고등학생 한 명이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선생님! 말뜻은 알겠는데요. 증거 있어요?” 할말이 없었습니다. 진심을 담은 상담이었지만, 타당하고 신뢰할 수 있는 증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선물 ─ 사회조사분석사
학생의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상담에서 적절한 말을 사용하여 변화를 유도할 수는 있어도, 결국 신뢰할 수 있는 근거가 없으면 행동 변화까지 끌어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더 나은 상담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학생의 직업에 관련한 통계를 찾아보았고 상담심리 연구 논문을 찾았습니다.

‘이게 유의미한지, 무의미한지 알 수 있을 정도만 공부하자.’라고 정한 후 인터넷을 찾아보던 중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주관하는 사회조사분석사 자격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회조사분석사는 조사방법론부터 사회통계에 이르는 다양한 과목을 공부해야 하는 자격증이었습니다. 사회조사분석사를 공부하면 연구 논문에 쓰이는 소수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임시방편의 공부가 아니라, 나에게 정말 필요한 지식을 공부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사회통계 과목은 수치와 관련되어 어렵게 다가왔습니다. 자격 취득에서 가장 걸림돌이 되는 부분이었지만, 통계학과 친구에게 물어가며, 천천히 헤쳐나갔습니다. 학생들에게 증거를 당당히 내보이고, 설명해주고 싶은 마음을 원동력 삼았습니다. 결국, 2019년 5월에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두 개의 자격증을 취득하는 동안 학습 지도와 진로 상담은 계속해서 이어갔습니다.

1년 6개월 후, 센터 벽면에는 ‘우리들의 꿈’이라는 새로운 게시판이 생겼습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직업과 다짐을 적어 놓은 게시판입니다. 이름과 미래 직업이 적힌 종이를 하나하나 코팅하고, 가위로 오려 붙이는 동안 뿌듯한 마음과 함께 한 가지 생각이 굳어졌습니다. 정보를 얻지 못한 학생은 있어도, 꿈이 없는 학생은 없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 선물 ─ 의외의 선물
우연히 충청남도교육청에서 지역별 학교 갈등(학교폭력) 조정위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았습니다. 직책이 조정(調停)인 만큼 상담 관련 경력과 자격을 요구했습니다. 나의 능력으로 이게 가능할까?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가진 자격증과 아동센터에서 쌓은 경험을 살려 더 많은 학생을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감사하게도 노력과 열의를 인정받아 조정지원단으로 위촉되었고, 부여군을 관할 지역으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대전충남병무청으로부터 공로를 인정받아 모범 사회복무요원으로 표창을 받기도 했습니다.

2년 동안 이 모든 경험과 보상은 단 하나의 자격증 취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아이들을 위한 상담을 결심하지 않았더라면 결코 알 수 없었을 새로운 세상이었습니다. 직업상담사 2급, 사회조사분석사 2급자격증, 그리고 조정지원단이라는 기회는 아이들로부터 얻은 소중한 선물이었습니다.

 

업데이트 2020-06-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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