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원호 대표는 기술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전문가이다.
직업훈련학교 두 군데를 거쳐 폴리텍대학을 졸업하고 산업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그에게 기술이란, 평생에 걸쳐 끝없는 우물을 파게 만든 중요한 지향점이었다.
지난해 ‘우수숙련기술자’로 선정되면서 향후 더 큰 기술강국 한국의 미래를 그리는 그를 만나보았다.
배움을 향한 집념
봉원호 대표는 강원도 홍천에서 7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가난이라는 게 발에 채던 돌멩이만큼이나 흔했던 시절. 그도 다른 아이들처럼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아버지를 도와 농사일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쁜 교복을 입은 초등학교 여자 동창을 우
연히 만난 그는 부러움과 부끄러움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고 결국 아버지의 옷소매를 붙잡고 늘어졌다. 중학교까지만 보내 달라고, 그 이후에는 전부
알아서 하겠다고 말이다.
결국, 아버지는 셋째 아들에게 교복을 입혀주었다. 그토록 소원하던 중학교를 졸업한 뒤에 봉원호 대표는 성남직업훈련학교에 진학을 했다. 기술만 있으
면 먹고살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직업훈련학교 학생이 된 그는 타고난 부지런함과 성실함으로 주변 학생을 압도했다. 6과목의 책들을 매일 매일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한 번
씩 읽었고 밤 12시 전에는 잠자리에 드는 법이 없었다. 선반, 밀링, 연삭 등 기계의 모든 것을 두루 공부했던 그는 최초로 시행됐던 기계가공기능사 2급을
취득하는 데 성공하면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했다.
그의 첫 번째 직장은 동아건설이었다. 하지만 그는 1급 자격증을 따기 위해 정수직업훈련원에 다시 들어갔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말 그대로 주경야독의 시절이었다.
“나이는 어렸지만, 동아건설에서는 50대 경력자들만큼 월급을 받았어요. 선배들이 컴퍼스로 재서 기계 장비를 만들었을 때 저는 공식을 이용해서 장비를 만들었거든요. 당연히 작업 능률도 뛰어났고 생산량도 두 배는 많았으며 정밀도도 높았습니다. 입사 때 ‘나는 기술도 있고 자격증도 있기 때문에 월등하게 일을 잘할 수 있으니 월급을 많이 달라’라고 요구했던 게 당연하다는 걸 증명했던 거지요.”
준비한 자만이 결실을 얻는다
사실 안주할 수도 있었다. 직장에서는 인정을 받았고 월급도 많이 받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기술에 대한 그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이유는 명확했다. 산업은 계속 발전하는데 공부를 안 하면 결국 뒤처지게 될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창원폴리텍대학 기계과에 입학한 그는 기숙사에서 먹고 자며 오로지 공부에만 매달렸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통신장비를 만드는 회사에 입사한 그는 새로 공장을 짓는 곳에 발령을 받는 바람에 그곳에서 건물 설계, 장비 구매, 자동화설비 구축, 기계 배치 등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했다. 그리고 창업에 자신감이 붙었을 즈음 마침내 봉봉전자를 설립했다. 허름한 창고에 직원이라곤 아내뿐이었지만 기술만큼은 자신이 있었기에 두렵지 않았다.
봉원호 대표는 사업가로 살아온 삶에서 큰 위기는 없었던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모두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갔던 IMF 사태조차도 그에게는 기회였다.
“규모가 큰 협력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하면서 물량이 우리 회사로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품질관리, 납기준수 등 기본적인 상황을 철저히 지키면서 거래처로부터 신뢰를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죠.”
충전 드릴 전기전자 부품인 DC모터를 시작으로 지난 25년간 네 번의 업종 변환을 통해 성장을 거듭해온 봉 대표가 BLDC모터를 만나게 된 것은 우연에 가까운 필연이었다.
“거래처 사장님의 요청으로 중국제 전동공구 성능검토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가격은 우리의 반밖에 안 되는데 성능은 국산과 다를 게 없었거든요. 이대로는 안 되겠구나, 업종전환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그렇게 발견한 게 BLDC모터였다. BLDC모터는 모터 내부의 마모되기 쉬운 브러시를 제거해 내구성이 높고 에너지효율도 기존의 DC모터에 비해 30%나 높은 고효율 제품이었다. 봉 대표는 향후 자동차, 항공우주, 의료기기는 물론 일반가전까지 BLDC모터 시대가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의 예측은 적중했다.
명장을 향한 꿈,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파
BLDC모터에 관한 한 봉봉전자는 업계 최고로 손꼽힌다. 2차 공급업체로서 삼성, LG 등 국내 굴지의 기업은 물론 포드자동차 같은 세계적인 기업에도 납품함으로써 그 기술력을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목마르다. 전문기술자로 끝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며 시대의 흐름에 맞는 제품과 기술력을 갖추기 위해 평생을 노력해온 그의 ‘쟁이’로서의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가 12년 전에 공기청정기 BLDC모터를 개발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앞서간 탓에 그대로 기술이 묻혀버렸어요. 5년 후에 그 제품이 나왔으면 반응이 달랐을 텐데 당시에는 왜 AC모터, DC모터를 안 쓰냐고 했지요. 그때 제품은 시대에 맞게 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렇다고 해서 미래를 보고 미리 투자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니 지금도 이런저런 연구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30대까지 6시간 이상을 자본 적이 없었던 그는 지금도 대학에서 CEO 과정을 공부하고 서울대학교 연구실을 오가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먹거리를 찾고 있다.
“명장은 저의 오랜 꿈이었습니다. 목표를 명장으로 잡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능한국인도 되고 우수숙련기술자도 됐습니다. 향후 기계가공 분야를 응용해서 BLDC모터를 만드는 방법을 담은 책을 쓰고 싶어요. 따로 학과가 있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현장에서 직접 BLDC모터를 개발한 사람들이 기술을 알려야 할 것 같은 사명감 같은 거죠.”
개발에 들어가면 무조건 끝을 보겠다는 집념과 오기를 동시에 갖고 임해온 봉원호 대표. 그에게 기술이란, 어느 빛나는 보석보다 더 가치 있는,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는 숭고한 대상이었다.
우수 숙련기술자가우수 숙련기술자가
되기 위한
3가지 조건3가지 조건
꾸준한 공부
기술자에게 개발이란 끝이 없는 과제이다. 시장의 흐름을 읽고 그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모든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나만의 주특기
내가 가장 잘 하는 것, 가장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어떤 분야를 생각했을 때 바로 생각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주특기를 개발하라.
성실함과 인내
기술력이란 자신과의 사투이다. 일희일비하지 않는 인내심과 시작한 이상 끝을 보겠다는 성실함, 이 두 가지만 가져도 기술자로서의 성공 확률은 훅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