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언제라도 절망하지 맙시다
    배정일 사천대창1차아파트관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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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하다 하늘을 봅니다. 검은색입니다.
남들은 쪽빛 하늘을 보고 있을 텐데 왜 저만 하늘이 검은색인지. 다시 땅을 보게 됩니다.
하늘을 쳐다보는 것조차 여유 있는 사치처럼 느껴집니다.
그래도 자리에 주저앉지는 않았습니다.
다시 내 하늘도 푸르디푸를 거라고 마음 한구석 희망의 끈을 잡아 봅니다.
주저앉고 싶은 분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힘들더라도 일어서서 걸음을 걷는 자는
한걸음이라도 전진할 수 있음을요.
 

처음으로 제 얘기를 하게 되니 어떻게 살아왔는지 뒤돌아보는 기회가 됩니다. 100세 시대에 내 인생 반을 치열하게 살았다는 생각에 감사하면서 후회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내가 하면 꼭 성공하리라는 생각에 건설회사 직장을 그만두고 자영업에 뛰어들었습니다. 퇴직금과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시작한 자영업은 초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영업을 뛰고 거래처도 늘어 이 정도면 잘 시작했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인 사정을 겪은 후에는 어려움이 가중되어 임대료를 내고 직원 월급에 본사 물건값을 내면 대출금 이자 갚기도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계속되었습니다. 미래에 대한 다른 대안이 없어 근근이 하루를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런 시간이 반복될 때쯤 집안 아저씨께서 “나이 들어서 일하려면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라는 말을 하셨으나 흘려들었습니다. 그러다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우연히 주택관리사 시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오십이라는 나이가 오히려 적정하다는 기사를 보고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무식이 용감하다고 그때가 3월 마지막 주였습니다. 시험은 7월인데 공부할 시간이 적어 인터넷 강의 업체에 문의를 해보니 3개월 만에 합격은 힘들다며 올해는 강의만 들어보고 내년에 시험을 보면 된다고 하며, 강의료도 할인을 해주어 편한 맘으로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하니 한 번 듣고 뒤돌아보면 다 잊어버리고, 시험 시간은 얼마 남지도 않아 마음만 더욱 분주해졌습니다. 이 나이에 새로운 목표가 있다는 것에 절실한 마음이 생겨 고3 아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3개월 만에 1차에 합격하고 2차를 준비하였습니다. 2차 주관식 문제는 더욱 집중력을 요구했습니다. 퇴근 후 새벽 3시까지 공부하여 2차에도 한 번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새 출발에 대한 기대와 독촉 전화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안도감으로 사업장을 정리하려고 할 때쯤 아내가 유방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아내가 수술과 항암치료를 반복해서 받게 되었고, 저 역시 서울과 청주를 오가며 아이들을 돌보고 매장을 관리하다 보니 관리소장으로 나가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아내가 치료를 마친 후 사업장을 급매로 양도양수하고, 다시 관리소장으로 취업하는 데 필요한 소방설비기사(전기) 1급에 응시하여 합격하고, 소방안전관리자 1급과 위험물안전관리자 자격을 취득, 전기기사 시험과 소방설비기사(기계) 시험 1차에도 합격하였습니다. 전기기사는 시험이 어렵다고 하지만 그것만이 아내와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길이라 생각했습니다.
매장을 정리하니 수입이 없어 진천에 있는 빵 공장에서 12시간 야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커다란 그릇들을 밤새도록 씻고, 퇴근 시간인 새벽이 되면 손은 퉁퉁 부어 주먹도 안 쥐어지고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는 자신을 보며 참으로 많이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그때마다 퇴근길 버스정류장에 따끈한 생강차를 보온병에 가지고 마중 나온 아내를 보며 더욱 일어서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쉬는 주간에는 온몸에 파스를 붙이고 관리소장 모집공고를 찾아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러 다니곤 했습니다.

그러다 3개월쯤 되었을 시점, 인천에 있는 대규모단지 아파트에 관리과장으로 취업이 되었고, 지금은 청주에서 관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 어려웠던 상황에서 주택관리사 자격을 몰랐다면 이 나이에 아직도 어두운 터널을 달리고 있을 것이란 생각에 숨이 막혀 옵니다. 이제는 소방시설관리사 시험에 도전장을 내었습니다. 인생 2막이 더 빛날 수 있으리란 생각에 설레기까지 합니다. 그다음에는 소방시설관리사에 도전하여 나이 60세에 소방시설관리사로 일하는 꿈을 꿉니다.

저처럼 어려움에 계신 분들이 있다면 ‘도전’이 사람을 살린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 자리에서 절망하지 마시고 오히려 돌파구로 삼아 함께 내일을 위한 오늘을 준비합시다.

 

업데이트 2020-07-09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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