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부패 핵심과제로
갑질, 채용 비리, 부당한 업무지시 등이 대두된 2~3년 전부터 갑질,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 채용 비리 등이 우리 사회에서 주목받는 비리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조직 구성원간 또는 조직 외 이해관계자와의 관계에서 공정성과 배려가 부족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공공기관은 사회적인 책임성이 높은 조직이므로 이런 문제는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정부는 갑질, 직장 내 괴롭힘, 채용 비리, 성희롱 등을 대표적인 적폐로 판단하고 근절대책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다.
갑질의 경우 정부의 실태조사 결과, 주로 재량권이 많은 분야에서 부당한 업무처리와 편의 제공 요구, 인격 모독 등의 형태로 발생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피해자가 2차 불이익 우려로 신고를 피하여 갑질이 고착화하고 있으며 피해 구제를 위한 신고·상담 및 보호·지원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행동강령의 개정과 갑질 근절 가이드라인 마련, 갑질 피해 신고·지원 센터 운영, 갑질 옴부즈만 위촉과 모니터링, 신고자에 대한 비밀보장 및 불이익 처우 금지 등 종합적인 대책이 수립되어 시행 중이며 개별 공공기관도 이러한 정부 시책을 기준으로 갑질 근절 대책을 만들어 실천하고 있다.
적극적인 청렴 개념 적용 필요
그동안 우리는 청렴의 사전적인 의미에 익숙해져 있다. 청렴을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는 공직자의 바람직한 자세’로 보면 청렴의 본질적인 특성은 알 수 있으나 매우 추상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을 품고 있다.
즉, 개인의 도덕적인 수양의 의미가 강하며, 구체화하더라도 금품수수, 향응, 청탁 등 부정행위를 하지 말고 이를 위해 개인적으로 탐심을 억제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오늘날 상황에서는 더욱 적극적인 의미의 청렴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부패한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넘어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신뢰와 투명, 공정성을 갖고 업무를 처리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증진한다는 개념으로 확대해야 한다. 특히, 앞에서 언급한 관계의 비리 역시 청렴의 영역에서 다루어야 할 뿐 아니라 중시해야 할 필요가 크다. 시간이 갈수록 공직자들의 청렴에 대한 국민의 기대 수준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문화 개혁이 근본적인 청렴도 제고 방향
아울러 관계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최근 제시된 정부의 여러 대책은 단기적인 경계효과와 함께 재발 방지 시스템 구축이라는 점에서 의미는 있으나 갑질, 성희롱, 폭언, 부당한 지시 등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접근은 아니다.
갑질이나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등의 문제는 개인의 윤리적인 민감성에서 기인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문화 특성과 그것이 반영된 조직문화에서 유래된 측면이 크다. 갑질과 직장 내 괴롭힘은 권위주의, 채용 비리는 연고주의와 성과 만능주의, 부당한 업무지시는 수평적인 소통 부족과 같은 조직문화와 관련이 크다. 따라서 이러한 관계의 청렴의 문제는 적합한 제도 장치와 함께
조직문화의 혁신 노력을 통해 해결하여야 한다.
제도적인 노력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도 조직문화의 뒷받침은 절실하다. 조직문화는 조직 구성원들에 의해 공유된 가치와 신념의 공통집합으로 정의된다. 한마디로 핵심가치의 공유라고 할 수 있다.
청렴한 조직문화(ethical culture)는 조직문화의 한 부분으로서 공유된 청렴 가치를 통해 구성원들의 청렴 실천 행동을 유도하고 비윤리 행동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청렴한 조직문화의 구축을 위해서는 먼저 청렴가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전통적인 청렴가치로는 정직과 절제 등이 강조되었으나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국민의 공직자에 대한 기대 수준의 제고와 사회환경의 변화로 이러한 기본 가치 외에 공정성, 존중, 배려 등이 강조되고 있다. 다음으로 조직 구성원의 가치 공유와 내면화가 필수적이다. 우리나라 공공기관은 대부분 청렴과 관련된 핵심가치를 표방하고 교육을 시행하고 있으나 제대로 가치가 공유되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청렴 가치에 대한 접근이 매우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문화는 단기간에 가시적으로 성과가 드러나는 것이 아니므로 장기적인 관점과 지속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지속해서 핵심가치와 청렴 공동체로서의 비전이 제시되고 소통되어야
한다. 특히 조직 구성원간 소통은 조직문화 형성의 관건이다.
최근 우리나라 공기업 직원의 40% 이상이 수평적 의사소통을 중시하는 소위 밀레니얼 세대인 것으로 나타나 더욱더 소통이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