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8월, ㈜세종21의 임건태 대표는 전국 최초로 소방·방재 직종 관련 ‘우수숙련기술자’로 선정됐다.
여전히 미비한 소방안전 의식과 시설을 업그레이드하고 인재를 양성해 소중한 인명을 지키는 데 이바지하고 싶다는 그를 만나 보았다.
1978 모 제과기업 입사
1980 삶의 스승인 아내와 결혼
1981 정수기능대학 졸업
2001 소방설비기사 외 자격증 취득
2007 ㈜세종21 창업
2016 경영혁신 중소기업 인증, 품질환경경영 인증(KS Q ISO 9001:2009 / ISO 14001:2008),
천안시 안전관리/소방설비 명인 위촉
2017 공주대학교 경영학과 입학(재학 중)
2018 중소벤처기업부장관상 수상
- 중소·중견기업 혁신대상(기술혁신상)
법무부장관상 수상(개방교도소 교정교화 공로)
2019 제5기 충청남도 재난 방재 정책자문위원 위촉
우수숙련기술자(소방설비) 선정
2020 제4차 충청남도 종합계획 도민참여단 위촉
소방안전설비와의 인연 그리고 새 출발
2020년 상반기는 코로나19와 더불어 잇따른 대형화재로 수많은 인명피해를 본 안타까운 시기였다. 소방·방재 직종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명성을 얻고 있는 임건태 대표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안타까운 시선을 감추지 못했다. 연이어 터진 비극적 상황을 지켜보면서 그가 내렸던 결론은 하나다. ‘안전불감증’이 이러한 사고를 끝없이 반복한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는 아주 일찍부터 화재의 공포를 체감했던 인물이었다.
“1971년 12월 25일에 일어났던 청량리 대연각 호텔 화재 현장 기억하시나요? 고등학교 시절, 방학이 되면 서울의 숙부댁에 놀러 가는 게 즐거움이었는데, 크리스마스를 맞아 남산에 올라갔다가 불이 난 걸 본 거지요. 헬리콥터가 뜨고 멀리서 시커먼 불길이 치솟고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지금도 그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 기억을 고스란히 앉은 채 기술자로서 삶에 뛰어든 임 대표. 기술자로서의 첫 출발은 기계 분야였다. 당시는 별도 소방관리기사를 두지 않고, 소방설비를 기계 및 전기공정의 일부로 취급하던 시절이었다.
“모 제과 기업에서 28년 가까이 기계설비 및 안전관리 관련 일을 했습니다. 큰 회사였음에도 소방기사가 한 명밖에 없었어요. 저 역시 처음에는 기계설비 및 보수 일을 하면서 소방설비 업무를 보조하는 개념이었지요. 그러다가 2005년에 소방설비기사 자격을 따면서 본격적으로 소방설비에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소방관이 불과 얼마 전까지 지방공무원이었던 걸 생각해보면 소방안전은 사실 많은 사람이 등한시했던 분야였죠.”
임 대표는 정년퇴직을 불과 몇 년 앞두고 회사에서 나와 지금의 ㈜세종21을 창업했다. 인원 감축, 명예 퇴직자를 받던 시기였던데다 기술자로서 어느 정도 기반을 잡은 상태였기 때문에 과감히 새 출발을 준비했다.
“퇴직금과 국민연금만을 바라보며 살기에는 100세 시대에 남은 시간이 너무 길었습니다. 아내의 조언에 따라 30년 직장생활에 얻은 기술과 상식, 현장경험을 토대로 ㈜세종21을 창업했지요.”
그러나 그의 창업 의도는 남들과는 조금 달랐다. 돈을 버는 것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재능기부를 하고 후진 기술인을 양성하는 데 목적을 둔 것이다.
안전에 타협이란 없다
㈜세종21은 그의 고향이 막 세종시에 편입되던 2007년에 문을 열었다. 소방설비 분야 전문 시설공사업체로 총무팀, 공사1팀, 공사2팀 총 3개 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재 임 대표를 포함해 총 7명이 일하고 있다. 물론 현장에서 공사를 진행할 때는 공사 규모에 따라 대규모 임시직원들을 수시로 채용한다.
“현장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도면 스터디를 합니다. 소방설비 밑그림을 그리고 건축주와 협의를 하는 거죠. 법규와 설비사후관리 및 예방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대처하도록 시설하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공정업자들과 부딪치게 돼요. 그들이 원하는 보기 좋은 시설과 깔끔함이 소방설비와 충돌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물러서지 않습니다. 무의식 속에서도 ‘어디’에 갔을 때 ‘그’게 ‘거기에 있다’는 게 인지가 되어야 하는데, 소방 관련 장비나 시설을 필요에 의해 이동시키고 인테리어 때문에 감추려고 하면 결국 화재에 대비하고자 하는 소방시설의 의미가 퇴색되어 버리니까요.”
소방설비에 대한 그의 확고함 탓에 현장에서는 옹고집쟁이로 통한다. 그와 오래 일한 건설사들이 붙여준 별명이지만 그 고집은 반대로 고객사들이 믿고 찾는 임건태 대표를 만든 기반이기도 하다.
임건태 대표가 시공할 때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바로 시공 후 AS가 없도록 하는 것이다. AS가 발생하는 순간 안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물론 시공비의 몇 배를 지출해야 하는 ‘위험한’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애초에 두 번 손이 가지 않도록 완벽히 하므로 그의 시공은 소모품을 교체하는 경우 외에는 AS가 거의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임 대표의 이러한 완벽주의 덕에 ㈜세종21은 현재 품질·안전경영인증(ISO9001, 14001, 소방시설, 전기, 기계설비). 경영혁신형 중소기업(Manin-BiZ) 인증 등 다수의 인증서를 보유하고 있다.
신기술 개발과 소방안전 인재양성은 나의 숙명
그는 소방·방재 직종 관련 최초의 ‘우수숙련기술자’이다. 최초라는 수식어는 그에게 무한한 영광과 기쁨을 안겨주었지만 동시에 막중한 사명감도 함께 안겨주었다.
“현재 소방설비자격에는 기능사가 없습니다. 우수숙련기술자나 대한민국 명장은 전부 기능사에서 시작하는데, 소방설비는 그 출발이 산업기사(기능보다 학문에 초점)이죠. 그래서 현장에서 사람을 고용할 때, 전기기술자, 설비기술자를 통해 어림짐작으로 기술을 배운 사람을 소방기술자로 써야 합니다. 소방설비가 하나의 전문 영역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임 대표는 소방설비에 관한 최고의 전문가가 필요함을 인식하고 그 전문가가 되기 위해 열과 성을 쏟아왔다. 지진대비 내진설비 특허 6종 출원, 한국형 건축물 가스배관의 내진 고정장치에 관한 연구 논문 2건, <소방설비공사 시공 관리하기>, <위험물 저장취급>, <자동화재 탐지설비> 등 소방설비 관련 현장지침서 5권 발행을 비롯한 한국산업인력공단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의 기술 및 경영컨설팅 지원, NCS 현장훈련(S-OJT) 등 소방설비 전문가로 인정받기 위한 초석을 쌓았다.
이같은 연구와 서적뿐만 아니라 관련 기술자격을 얻기 위해서도 매 순간 도전하고 인내해왔다. 소방설비기사, 전산응용기계제도기능사, 보일러기능사, 기계조립기능사, 가스기능사 등 365일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그는 현장에서 일하는 동안 총 8개의 자격증을 갖췄고, 2017년 건강의 적신호로 직장암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현장 일과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향후 그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첫째, 소방·방재 및 소방설비 공사를 위한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 둘째, 우수숙련기술자로서 후진 양성과 사회봉사에 매진하는 것이다.
“더불어 소방안전기준법을 현장에 맞는 현실적인 법안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싶습니다. 화재는 평생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일이라며 투자를 꺼리지만, 그 한 번의 화재가 발생하면 막대한 재산과 인명피해가 뒤따르기 때문에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소방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개선도 같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평생을 올곧고 바른 기술인의 자세로 현장에서 일해온 임건태 대표. 화재 없는 세상, 화재가 일어나도 인명피해를 극소화할 수 있는 설비를 위해 그는 오늘도 현장을 누비고 책을 파고들며 후배들을 위한 강의에 분초를 쪼개며 땀을 흘린다. 한결같은 열정 그리고 성실함으로 말이다.
우수 숙련기술자가우수 숙련기술자가
되기 위한되기 위한
3가지 조건3가지 조건
1. 소방설비 분야의 전문성을 갖춰라
현장경험으로 축적되는 노하우와 연륜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다수의 자격증과 특허 취득은 이런 열정에서 빚어진 것이다.
2. 끊임없는 현장 시공개선을 고민하라
소방안전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매 순간 피해자의 입장에 서야 한다. 불이 났을 때 어느 자리에 뭐가 있는 게 좋을지 끝없이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안전을 위한 개선점을 발견하는 길이다.
3.명확한 목표를 가져라
소방·방재 관련 학문기술인들은 많다. 그러나 기능인은 없다. 기술 향상을 위한 뚜렷한 목표와 방향이 있어야 한다. 자신만의 구체적인 목표가 있을 때, 소방안전 전문가의 꿈은 앞당겨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