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으로 한국요리교실을 열다
“마사랍(masarap)!”, “얀(iyan), 까야(kaya)!”
일요일 오후 필리핀 사람들과 한국 요리 수업으로 김치를 만들던 날, 담근 김치를 먹으며 여기저기서 즐겁게 외치던 말입니다. ‘마사랍(masarap)’은 필리핀 말로 ‘맛있다’란 말이고 ‘얀(iyan), 까야(kaya)’는 필리핀 말로 ‘그래 할 수 있어!’라는 말입니다.
저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 교사입니다. 대부분 필리핀 외국인 근로자들로 구성된 센터에서 한국어 수업을 몇 년째 담당하고 있습니다. 한국 문화나 음식에 대한 체험 수업을 하던 중 필리핀 노동자들이 한식을 요리하는 데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국에 돌아가서 한국 음식을 만들어 식구들에게 소개한다거나 한국에서 자주 먹었던 음식이라서 그곳에서도 만들어 먹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교사인 제가 한식을 제대로 배워서 가르쳐 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잘 몰랐던 필리핀 사람들의 음식 취향
수업 주제는 ‘김치 만들기’, ‘ 닭찜’, ‘부대찌개’, ‘추석음식(전)’ 등 한식 중에서도 필리핀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메뉴를 선별했습니다. 필리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에는 한국 사람들과 다른 여러 특징이 있습니다. 김치는 먹지만 매운 김치를 선호하지는 않습니다. 더운 나라에 살지만, 냉면, 콩국수 등 차갑게 먹는 국수는 먹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여름이면 즐겨 찾는 냉면도 잘 먹지 않습니다. 주로 육식을 즐기며 소고기보다는 돼지고기, 닭고기를 좋아합니다. 대체로 음식을 짜게 먹는 편이며 특히 단 음식을 매우 좋아합니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자신들이 근무하는 회사 식당에서 나오는 채소와 나물 종류는 잘 먹지 않는 편이라서 먹을 것이 한정적이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특징을 고려하여 한식의 양념을 조금은 덜 맵게 구성했습니다. 몇 명 인도에서 온 근로자들도 있는데 이들은 매운 음식을 잘 먹기 때문에 한국 사람보다 더 맵게 고춧가루나 청양고추를 추가하기도 합니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보통 4년이 넘는 시간을 한국에서 지냅니다. 오랜 시간 한식을 먹다 보니 자신의 나라에 돌아가서도 한식 생각이 난다고 합니다. 김치만들기 수업 날, 며칠 뒤 필리핀으로 돌아갈 때 가져 간다며 한 수강생이 자신이 만든 김치를 꼼꼼히 싸고 있는 것을 보기도 했습니다. 자신이 직접 만든 김치를 가족에게 먹여주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필리핀에서도 한국김치가 유명하다고 합니다. 심지어 센터를 거쳐 간 필리핀 외국인 근로자 중의 한 명은 가비테라는 지역에서 김치를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분도 있습니다. 이처럼 자신의 나라 식당에 한식 메뉴를 추가하거나 한식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사업을 통해 그들이 가족의 생계를 꾸릴 수 있는 새로운 대안도 꿈꿔봅니다.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으로 주고받는 행복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을 취득하고 나서 이처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식을 세계화하고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소망을 주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어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이 모든 것이 제가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을 취득하였기에 꿈꿀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자격증이 없이도 한식을 가르칠 수는 있지만 시나 도에서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을 하는데는 자격증이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한식을 배우고 돌아간 외국인 근로자들이 건강에도 좋고 유익한 한식을 소개하며 한류 전도사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맛있는 요리를 함께 만들고 나눠 먹는 즐겁고 유쾌한 추억을 얻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기회가 주어진다면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식자격증반을 개설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를 통해서 외국인들도 한식을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우고 익혀서 한국 사회에 장기적으로 정착하거나 현지로 돌아가 한식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자격증은 따기는 힘들지만, 자격을 얻고 나면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소망을 줄 수 있는 존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