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애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을 빚어내는 손끝
    ㈜와이스미스 박영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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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 상경 후 미림사 근무
2000 제1회 한국귀금속공예기술경기대회 금상 수상
2001 (주)주어링 디자인총괄 부장(8년 3개월 근무) 지방기능경기대회(서울) 은상 수상
2008 전국기능경기대회(전국) 동상 수상
2009 렉스다이아몬드 디자인총괄 부장(5년 3개월 근무)
2011 한국산업인력공단 귀금속가공기능장 자격증 취득
2016 귀금속공예 직종 국제기능올림픽 지도위원 선정
2019 대한민국 우수숙련기술자(보석 및 금속공예 분야) 선정, 와이스미스→(주)와이스미스로 법인 전환
 

반짝이는 보석은 부의 상징이지만 때로는 그 상징성을 넘는 가치를 발휘한다.
보석 및 금속공예 분야에서 2019 대한민국 우수숙련기술자로 선정된 박영철 대표는 자신의 직업에 보석보다 더 빛나는 가치를 부여해 온 인물이다.
거친 손끝으로 가장 아름다운 찰나를 빚는 그의 시간은 지금, 이 순간도 더없이 유의미하게 흘러간다.
 

 

눈물로 배운 세공기술
소년은 일찍 철이 들었다.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집안이 어려워지면서 부모님 얼굴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가 소년을 일찌감치 어른으로 만들었다. 고교 진학조차도 부모님께는 짐이 되리라 생각한 소년은 고등학교 입학을 코앞에 두고, 때마침 집에 찾아온 친척 형이 보석세공 일을 한다는 소리에 자신도 반지 만드는 일을 하겠다고 큰소리쳤다. 어릴 때부터 손으로 뭔가를 뚝딱뚝딱 만드는 일에 남다른 자신감이 있었던 소년은 그렇게 상경했고 남대문에 위치한 세공업체의 막내로 일을 시작했다.

어린 나이에 도제식으로 일을 배우기는 쉽지 않았다. 작업장 바닥에 담요를 깔고 잤고 새벽 5시 30분에는 일어나 청소를 한 뒤 망치와 모루를 갈아 선배들이 편히 작업을 하도록 준비를 끝냈다. 청소부터 잡일, 심부름까지 잠시도 궁둥이 붙일 시간이 없었지만, 그는 부지런히 선배들의 어깨 너머로 세공을 배웠고 주말에는 방송통신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했다.
 


밑바닥부터 치고 올라온 시간이 10년이 됐을 무렵, 기회가 찾아왔다. 그의 남다른 손재주와 성실함을 눈여겨보던 선배가 ‘제1회 한국귀금속공예기술 경기대회’에 출전할 것을 권했다. 그때 나이 스물일곱, 최연소로 출전한 박 대표는 금상(1위)을 차지해 모두를 놀라게 했고 벅찬 설렘과 뿌듯함을 안은 채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는 결심을 몇 번이고 되뇌었다.

몇 번의 강산이 변하고 박영철 대표가 보석세공을 시작한 지 어느덧 3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한국디자인진흥원 우수산업디자인’, ‘국제귀금속장신구대전’, ‘전국기능경기대회’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굵직한 대회에서 상을 휩쓴 그는 업계에서 무한한 신뢰를 얻었다. 그리고 지난해, 마침내 대한민국 우수숙련기술자로 선정되었다. 이는 길고 험난했던 그의 여정에 주어진 영광의 티아라였다.
 


 전통기술과 첨단 시스템 사이의 절묘한 균형 잡기
“제가 보석세공을 배우던 시절과 지금은 시스템이 다릅니다. 제가 일을 배우던 시기만 해도 세공사는 디자인부터 광택 내기까지 모든 공정을 전통방식으로 다 해내야 했어요. 지금은 분업화가 잘 되어 있어서 자기가 담당한 일을 잘 해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죠.”

박 대표가 5년 전 창업한 ㈜와이스미스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곳이다. 기존 전통적인 방식의 세공과 4차산업 시대의 첨단기술을 동시에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매출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귀금속 세공 공정 시스템과 기술연구개발에 비용과 시간을 투자합니다. 귀금속 세공의 특성상 전 과정의 스마트팩토리는 불가능하지만 대량 생산을 위한 자동화 설비를 선도적으로 갖추려고 노력하는 거죠.”
 


㈜와이스미스는 CAD를 이용해 디자인하고 3D 프린트를 사서 공정 일부분을 스마트화하면서 시대의 변화와 유행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해외시장에 새로운 제품이 등장할 때마다 세공기술을 분석하고 누구든 도전 프로젝트를 제안하면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임직원들이 한 단계 더 도약할 기회를 준다.

이윤을 내야 하는 ‘회사’로서 효율성 높은 방식의 대량생산은 결코 피할 수 없는 선택이지만 그에게는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핸드메이드 작품 또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길이다. 독창성 있는 디자인과 세공이야말로 대한민국 디자인의 초석이 될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 절묘한 균형 잡기를 통해 박영철 대표가 제작하는 핸드메이드 주얼리 제품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미스코리아대회부터 슈퍼모델대회, 각종 행사, 웨딩업체에 티아라들을 만들어 공급해오며 티아라 분야에서 더욱이 전문가로 손꼽힌다. 그의 사무실뒤쪽에 장식된 티아라들은 보석을 찾아온 방문객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누군가의 가슴에 평생 남을 순간을 선물하다
“처음에는 고객과의 상담을 통해 원하는 디자인을 스케치합니다. 그다음에 금을 인발해서 판지를 늘리고 철사를 뽑아 재료를 준비해요. 이후 가위를 이용해 원하는 크기와 형태로 일일이 자릅니다. 그리고 아까 현장에서 보셨던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 휘고 꺾고 두드려서 더욱 정확한 모양을 만들고, 그걸 다시 때우고 연결해 티아라 형태를 만듭니다. 그리고는 보석을 세팅하고 광을 내는 마무리 작업을 해요. 최종적으로 사무실에서 검품한 뒤에 고객에게 전달합니다. 소요되는 시간은 천차만별이에요. 영국에서 주문이 들어왔던 티아라는 저와 직원들이 석 달간 매달린 끝에 나온 작품이에요.”

어마어마한 사이즈와 150돈에 달하는 금, 수많은 진주와 보석이 매달린 티아라는 사진으로만 봐도 입이 딱 벌어질 만큼 압도적인 화려함을 자랑한다.

쏠림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무게 중심을 잘 맞추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는 이 작품(측면의 사진)은 인도 후 고객으로부터 “It’s the best!”라는 찬사를 들었다. 평생을 귀금속 세공에 몸담아 왔지만, 박영철 대표가 언제나 순도 높은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이같이 완성된 작품이 고객에게 전해질 때이다.
 


“보석을 세공할 때마다 고객에게 평생 잊지 못할 가장 빛나는 순간을 드리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잊지 못할 추억을 담고, 미래를 약속하는 정말 의미 있는 선물이 될 테니까요. 그 보람이 이 길을 계속 걷도록 해준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우수숙련기술자로서 다음 단계인 명장을 꿈꾸는 것과 더불어 그에게는 또 하나의 견고한 꿈이 있다.

“기술을 나눌 수 있는 후진을 양성하고 싶습니다. 전통기술을 혼자만 취하는 것은 세공의 역사를 멈추게 하는 일이에요. 신라 왕관을 만들었던 장인의 후예로서 우리의 섬세한 세공 기술이 계속해서 이어지길 바라요. 후진들과 멋진 디자인과 세공기술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독창적인 핸드메이드 브랜드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박 대표의 목에는 언제나 루페(Lupe)가 매달려있다. 언제나, 어디서나 그 어떤 디테일도 놓치지 않겠다는 그의 집념이다. 루페를 통해 그를 꼼꼼히 들여다본다. 한결같은 성심으로 보석보다 더 귀한 가치를 세공하는 그의 눈빛, 그 안에는 보석세공의 역사가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우수 숙련기술자가우수 숙련기술자가 되기 위한 조건조건
1. 철저한 자기 관리

귀금속 세공 분야는 누구나 들어올 수 있지만 아무나 끝까지 살아남지는 못한다. 자칫 해이해지기 쉬운 몸과 마음을 끊임없이 다잡고 정진해야 한다.

2. 자부심과 긍지
출근길은 언제나 즐거워야 한다. 하는 일에 대해 긍지를 갖고 자부심을 느끼는 건 오래도록 일할 수 있는 중요한 근간이 된다.

3. 이타심과 헌신
돌이켜보면 나 혼자만 잘해서는 결코 도달할 수 없었다. 모두와 협업하면서 고객에게 의미 있는 시간을 선물하고 수익을 이웃과 나눌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업데이트 2020-10-2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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