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취급기능사 자격으로 얻은 성취감
내 나이 31살이 되던 2007년에 지인 추천으로 현재의 직장으로 이직하면서 처음으로 ‘산업용 보일러’를 접했다. 모든 기계가 낯설고 신기하면서도 새로운 분야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퇴근 후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자고 다짐하며 신입사원 OJT 교육을 받는 한 달 동안 컴퓨터 학원을 오가며 워드프로세서 1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나에게 국가기술자격증은 공업고등학교 전자과 재학 중에 취득한 전자기기기능사, 전자계산기기능사 두 개가 전부였는데, 졸업 후 처음으로 공부를 시작해서 자격증을 손에 쥔 것이다. 신입사원 OJT 교육을 마친 후 자신감을 느끼면서 현장에 투입되었지만, 산업용 보일러에 대해서 잘 모르다 보니 여러 난관에 부딪혔다.
그렇지만 왠지 모르게 일의 재미가 생기면서 자격증 공부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열정이 샘솟았다. 차근차근 자격증 취득 계획을 세우고 이론을 익히고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기초를 다졌다. 모르는 게 있으면 선임을 붙잡고 가르쳐 달라고 많이도 괴롭혔다. 배우고 싶어서 들이대는 후임을 외면할 수 없는 법. 처음에는 귀찮아하다가도 친절히 설명해주었고 틀린 부분은 바로 잡아주었다. 2007년 기능사 필기와 실기시험에 몇 번 떨어지고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그때마다 신념인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를 되뇌며 ‘보일러취급기능사(現 에너지관리기능사)’ 자격을 취득했다. 주경야독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하나하나 성과를 이룰 때마다 오는 성취감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짜릿했다.
내생애 잊히지 않을 자격 취득과정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하면서 가장 보람 있던 기억은 2010년 가스산업기사를 취득하면서 현재 관리 중인 20T/H 수관식 보일러의 검사 대상 기기 조종자 선임을 맡게 된 일이다. 산업용 보일러를 처음 만난 지 3년 만에 선임 신고를 했고, 신념을 잊지 않고 ‘기능장’ 취득을 목표로 하게 되었다.
에너지관리기능장 응시 자격은 기능사 취득+실무경력 7년이다. 실무경력 7년이 된 해 2014년 56회, 2015년 57회 기능장 필기시험에 응시했지만, 준비가 부족한 탓인지 낙방했다. 이후 2016년 58회 기능장 필기시험은 합격했지만, 5시간이 넘는 작업형 실기시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배관작업에서 많은 수험생이 플랜지 용접과 맞대기 용접에서 누수로 실격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실기시험을 위한 용접 작업을 할 곳이 마땅치 않아 걱정이었으나 다행히 아산에서 고물상을 운영하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2015년 7월 무더운 햇빛이 내리비치는 여름 한 달 동안 쉬는 날마다 청주에서 1시간 30분을 달려서 고물상에 갔고, 쉴 틈 없이 전기용접을 했다. 실기시험일 전까지 전기용접과 배관작업만 100시간가량 매진한 결과 손바닥에는 굳은살이 박이고 체중은 5kg이 줄었다. 서서 오랜 시간 작업을 하다 보니 발바닥에는 족저근막염까지 생겼다.
드디어 2015년 9월 8일 에너지관리기능장 실기 작업형 시험일. 긴장을 많이 한 탓인지 평소에 연습하던 것보다 시간이 더 걸렸고, 결국 시험 종료 10분을 남겨둔 5시간 20분 만에 완성작품을 제출했다.
감독위원으로부터 수압시험 통과라는 말을 듣고 난후, 그동안의 긴장이 풀리면서 눈물과 땀이 뒤섞여 흘러내렸다. 이날은 오랜만에 꿀잠을 잤다. 2015년 10월 16일 제58회 기능장 최종합격자 발표일. 살아온 평생 가장 기쁘고 행복했던 날이다.
2008년 에너지관리기능사를 취득한 후 7년 만에 에너지관리기능장을 취득하게 된 나에게 박수를 보냈다. 나 자신을 믿고 국가기술자격시험에 계속 도전하였고, 2016년에는 제59회 배관기능장 시험에도 최종합격하는 기쁨과 영광을 얻었다.
나에게 날개가 되어준 두 개의 기능장
에너지관리기능장은 나의 오른쪽 날개, 배관기능장은 나의 왼쪽 날개가 되어주었다. 기능장을 취득 후 한국에너지기능장협회의 정회원으로 대외활동을 시작하면서 여러 선배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국가평생교육원 학점은행제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게 되었다.
가정 형편상 학업을 끝까지 마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항상 자리 잡고 있었기에 반가운 정보였다. 학점은행제에서 기능장 자격증은 30점 전공학점으로 인정되고, 4년제 대학에서는 기능장 자격증 두개로 60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에너지관리기능장과 배관기능장으로 학점인정을 받고, 자퇴했던 전적 대학에서 이수했던 학점을 인정받아 학점은행제로 6개월 만에 건축설비학 공학사 학위를 취득했다(만약 기능장 자격증이 없었더라면 시간상으로 2년 넘게 걸리는 일이다). 기능장 자격증은 배움의 길을 열어주었고 끊임없이 더 배우고 싶은 욕망을 아낌없이 채워주는 내 어깨에 날개가 되었다.
이후 2017년 충북대학교 산업대학원 생산공학과(기계공학전공)에 입학했다. 막상 부딪혀보니 직장을 다니면서 일주일에 2~3일을 학교에 간다는 것 자체가 정말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여러 가지 실험과 경험을 통해서 나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대학원 마지막 학기를 마칠 무렵에는 예전부터 계획했던 한국기술교육대학교 능력개발교육원에서 시행하는 직업능력개발훈련교사에 도전했다. 2018년의 마지막 평일 13차 교직훈련과정에 지원 자격 2급 2호에 해당하는 기능장 자격으로 지원했고, 2019년 3월에 자격연수를 수료하여 건축설비설계시공 2급, 신재생에너지생산 2급, 플랜트 2급, 냉동공조설비 3급, 소방 3급, 산업안전관리 3급의 훈련교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과연 내가 31살의 나이에 이직한 후 지금까지 현실에 안주하며 내 주변이 변하기만을 기다렸다면 지금 무엇이 바뀌었을까.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면 전문대 중퇴였던 내가 대학원을 졸업하고 공학석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본다. 다시 한번 자격증의 시너지 효과는 참으로 대단하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