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 부장
83년생의 젊은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글의 깊이는 젊은이들을 대변한다기보다 오히려 더 이전의 시절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쉽게 읽히는 시가 있는 반면에 여러 번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구절이 꽤 있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조금 어려운 시집이 아니었나 싶다. 그렇지만 독서 모임을 통해 기존에 잘 읽지 않던 분야의 책을 몰입해서 읽을 기회가 생겨서 좋았다.
김동민 주임
박준의 시는 대게 마지막 문구일 것 같은 표현을 첫 부분에 써놓아서 그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풀릴지 궁금하게 하는 시들이 많았다. ‘84p’나 ‘이름으로 가득한’ 등의 시는 서두에 ‘~하게 될 것입니다’라는 문구를 써서 발상의 전환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송길용 지사장
소설과 다른 시집의 장점은 호흡이 짧다는 점이다. 소설은 그 캐릭터와 주변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다시 읽을 때는 그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 또 다른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시집은 다르다. 호흡이 비교적 짧은 글들의 모음이므로, 기분에 따라 혹은 날씨에 따라 순서를 편집하여 읽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순서의 재배치가 자유로운 만큼 같은 글이라도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시집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권기승 부장
가장 기억에 남는 시는 ‘단비’이다. 다른 시들에 비해 그림이 잘 그려지는 시라 그런지 개인적인 경험과 결부되어 떠올랐다. 시골에 가면 항상 대문 앞을 지키는 강아지 한 마리씩은 있을 것이다. 그 강아지들에게 새끼를 가지는 일은 그 세계에서 가장 큰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새끼들을 한 집에서 모두 키우기엔 버겁기에 태어난 후 곳곳의 동네로 보내진다. 그럴 때면 나는 항상 엄마 강아지를 유심히 보곤 한다. 사람처럼 감정을 티나게 표현할 수는 없지만, 이 시의 단비처럼 쉬지않고 뛰어다니거나 유난한 행동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단비 한마리씩은 품고 사는 것은 아닐지.
서혜진 대리
학부 시절이나 학창 시절, 시험을 위해 읽었던 시 이외에 시집을 사서 시를 읽은 지는 아주 오래된 것 같다. 읽는 내내 몇 작품은 이해하기 어려워 넘어가기도 하고 몇 작품은 마음에 들어 한동안 보고 있었다. 시의 매력은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이나 에세이처럼 연속성이 없으면서 꾸준히 전해지는 감성 등이 있는 것이 말이다. 시를 보며 최근 들어 더욱 길어진 나의 말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나는 너무 많은 정보와 생각을 호흡이 길게 나누고 있지 않은가. 좀 더 함축적인 말들로 핵심을 주고받는 데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현숙 대리
개인적으로 ‘연년생’이라는 시가 좋았다. 아랫집 아주머니는 자주 아픈 분이었나 보다. ‘병원으로 실려 갈 때마다’라고 묘사한 것을 보니 말이다. 그런 아주머니가 실려갈 때마다 어린 두 아이는 엄마를 부르며 걱정 가득한 밤을 보낼 것이다. 그러나 ‘그날’은 좀 달랐던 모양이다. 아랫집 아주머니가 더욱 아파진 것인지 혹은 아예 세상을 떠나게 된 것인지, 형이 엄마를 부르고, 동생이 형을 부르는 것으로 끝나는 이 시는 많은 여운을 남겼다. 그리고 그 상황에 대해 상상하게 되었다. 엄마가 없어짐을 직감적으로 안 동생이 형을 부른 것인지, 아니면 그 형을 위로하고 싶은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