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특화된 문화콘텐츠, ‘고래’에 이야기를 입히고, 그 이야기를 모아 고래를 살리는 (주)우시산.
바닷속 폐플라스틱을 걷어내고 친환경 솜과 실로 재탄생시킨 별까루(고래)와 별바다(거북이), 별들포(해마)는 대중들로 하여금 착한 소비를 일으킨다.
인간과 지구 생명체들의 공존을 꿈꾸는 (주)우시산(이하 우시산)의 이야기를 Q&A로 담았다.
▎ 별까루 : 울산 장생포 앞바다는 귀신고래가 새끼를 낳기 위해 이동하는 경로의 하나로, ‘별까루’는 이 귀신고래가 따개비를 털어내는 행동을 ‘따개비=별’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 별바다 : 신라시대 문무대왕의 왕비가 호국용이 되어 잠겼다는 전설을 품은 울산 동구의 대왕암에서 따왔다. 대왕암 주변에는 생김새가 거북이와 같아 거북 바위로 불리는 바위가 있다.
▎ 별들포 : 독도가 보이는 울릉도의 정들포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곳 해마는 국제 멸종위기 2급 해양생물이다.
Q ─ 우시산과 고래와의 인연은 어디서부터였을까요?
우시산은 어르신 바리스타를 위한 공간을 운영하는 것에서 출발했어요. 이곳 무거동에 카페를 열고 갤러리로 꾸몄는데, 갤러리만으로는 부족해서 어르신들이 손수 ‘고래’ 열쇠고리를 만들었어요. 그때부터 고래와 인연이 되었죠. 울산은 공업 도시로서, 물론 문화시설은 갖추어져 있지만, 콘텐츠가 부족했어요. 기념품 매장에 가 봐도 주제와 무관한 중국산 제품들이 즐비했죠. 남구청에서 “제품 아이디어가 괜찮으니 콘텐츠를 같이 만들어 보지 않겠느냐.”라고 제안했고, 2016년, 남구청과 협약을 맺어 다양한 고래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Q ─ 이후에 고래 콘텐츠 관련 사업이 더 확장된 거네요.
그렇죠. 고래의 고향인 남구 장생포에 들어가게 됐고, 하나씩 고래 관련 콘텐츠를 채워 나가기 시작했죠.(웃음) 고래박물관, 고래문화특구 내 고래문화마을, 장생포 아트스테이에 우시산 제품들이 입점해 있습니다.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긍정적인 변화들이 많았는데, 우시산 카페가 울주군과 맞닿아 있어서 문화 소외지역으로 분류돼요.
지역 어르신이 지역 문화 콘텐츠로 제품을 만든다는 게 재밌잖아요. ‘행자부가 주최하는 지역 공동체 우수사례’에 선정됐어요. 이어서 장생포에 버려진 건물을 활용하는 사업에도 선정돼서 과거 고래잡이 시절 운영되던 ‘여인숙’을 리모델링 하기도 했죠. 현재, 직원이 11명으로 늘었고, 울산의 대표 사회적기업이자 고래 관련 관광벤처기업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Q ─ 현재 우시산이 주력하는 사업은 무엇인가요?
2018년 겨울쯤 고래, 거북이 등 해양생물 등이 플라스틱을 먹고 아파하는 사례들이 뉴스에 꾸준히 보도됐어요. 2019년 국정과제가 플라스틱 저감이었고요. 2019년 1월에 우시산과 울산항만공사, 울산지방해양수산청, SK에너지, 그리고 유엔환경계획(UNEP) 한국협회가 장생포에 모이게 됐어요. 그때 나온 아이디어가 선박에서 나오는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인형, 가방 등으로 업사이클링(up-cycling·재활용품에 디자인과 활용도를 더해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탄생) 해보자는 의견이었고, 4월부터 협약을 맺고 ‘세이브 더 오션, 세이브 더 웨일즈(Save the Ocean, Save the Whales)’ 프로젝트를 진행했죠. 즉,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고래를 살리고 그 폐플라스틱으로 ‘새활용’ 가능한 고래 제품을 만드는 일이 우시산의 주력사업이 됐습니다. 곧 ‘차량용 트렁크’도 나올 예정인데, 플라스틱을 모아 다시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사업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Q ─ 사회적기업으로서 기술이 기반 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업사이클링’ 사업에 뛰어든 건가요?
우시산이 1년 만에 ‘업사이클링’ 기업으로 알려지게 됐는데, 업사이클링은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고, 안 해서 못하는 거예요. 새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업사이클링 제품 생산가격이 2~3배 높거든요. 게다가 그 과정이 번거로워요. 플라스틱을 수거하고 씻은 후 갈고, 다시 칩을 만드는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해요. 고객 입장에서도 그 가치는 알겠지만, 구매하기까지는 망설일 수밖에 없거든요.
우시산은 공공기관과 기업, 국제기구가 함께 하는 사업이어서 단가를 줄일 수 있었고, 무엇보다 ‘스토리텔링’에 힘을 실었어요. ‘이 제품을 살 수밖에 없는 이유’를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거죠. 또, 걸스데이 유라, 동방신기 최강창민 등 유명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준 것도 큰 힘이 됐죠. 실제로 동방신기가 에코백을 메고 나온 직후에 국내외에서 6,000개 주문이 들어왔어요.(웃음)
Q ─ ‘이 제품을 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야기한다는 게 인상 깊네요. 선박에서 나오는 폐플라스틱으로 인형을 만드는 구체적인 과정도 궁금합니다.
선박, 항구 등에서 나오는 폐플라스틱으로 새 제품을 만드는 건 울산이 전 세계 처음이에요. 우선, 울산항만공사에서 선원들을 계도 했고, 선박에서 페트병만 모으기 시작했죠. 그리고 부두에 쓰레기차를 갖다 놓으면 소각 하러 가면서 ‘페트병’만 쓰레기차에 넣어주죠. 모은 페트병을 친환경 솜과 실로 만드는 업사이클링 과정을 거쳐서 다시 ‘고래’, ‘거북이’, ‘해마’ 등으로 재탄생시키죠. 해양수산부 우수사례로 선정돼서, 올해 전국 항만으로 확대할 계획이었는데 아쉽게도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됐습니다. 올해 말에 프로젝트가 재개되면, 부산항, 여수광양항 등 전국의 항만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Q ─ 우시산 또한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네요.
올 3월, 울산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지 3일 만에 우시산 모든 사업장의 문을 닫았어요. 1월~2월까지만 해도 매출이 억대였는데, 0원으로 뚝 떨어지니 존폐 위기에 몰렸죠. 이왕 이렇게 된 거, 고래 인형을 담아서 대구로 보내자! 했어요. 의료진과 봉사자들에게 모든 후원금이 집중되는데, 소외된 저소득층 아이들이 걱정되더라고요. 그랬더니 언론에서 난리가 났어요. “매출이 90% 이상 급감한 기업에서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나섰다”, “어벤저스!” 하며 극찬을 보내왔죠. 그 기사를 보고 기업체에서 연락이 쏟아졌어요. 본인들도 고래 인형으로 후원을 하겠다며 후원금 2,000만 원, 400만 원, 700만 원 등을 보내오면서 코로나 위기를 넘길 수 있었죠.
Q ─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우시산을 한 번 더 알리는 계기가 된 거네요.
그렇죠. 코로나19 발생으로 힘들었지만, 기회가 되기도 했어요. 또 우시산은 모든 판매를 오프라인 루트로만 했고, 특히 ‘텀블러’ 등은 각종 행사를 위한 주문이 크게 들어오는데, 행사를 하지 않으니 아무도 사지를 않았죠. 그래서 온라인 홈페이지를 재정비하고 ‘언택트 체험키트’를 개발했어요. 기업들이 직접 봉사를 가는 대신에 ‘키트’를 보내서 봉사활동을 대신하면 서 ‘업사이클링 바다생물 인형 체험키트(15,000원)’ 판매량이 급증했고, 키트로 만 2억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Q ─ 앞으로 우시산의 꿈은 무엇인가요?
우시산은 울산의 옛 지명입니다. 울산의 대표 사회적기업을 만들어보자는 뜻으로 시작했는데, 고래와 연결되면서 조금씩 꿈이 생겼어요. 2018년 jtbc <다큐플러스>에서 ‘환경’을 주제로 국내외 기업을 다룬 적이 있어요. 마지막으로 등장한 국내사례가 우시산이었어요. 그때 2019년부터는 ‘고래를 살리는 친환경 제품을 만들고 싶다’라고 했는데,
2019년 1월에 정말로 그 사업을 시작했어요. 그 꿈들이 계속 포개져서 2021년, 전 세계 항구로 사업이 확장되고 친환경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죠. 별까루(고래), 별바다(거북이), 별들포(해마)에는 환경뿐만 아니라 고유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에, 이런 바다생물 인형들을 통해 해양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도 앞장서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