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들을 위한 특화교육 실현과 일자리지원 활성화를 목표로 시작된 사회적기업 ㈜누리보듬.
2014년 설립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다채로운 교육을 기획하고 진행하며 이제는 명실상부 지역 평생교육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거듭났다.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비대면교육과 기념품 개발 등 사업영역 다변화를 꾀하고 있는 김시윤 대표를 만났다.
교육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여쭤보고 싶어요.
아이들이 제 손을 덜 필요로 하게 됐을 즈음, 방송통신대학교에서 교육학 공부를 시작하게 됐어요. 제가 마흔넷이 되던 해였죠. 당시만 해도 사업체를 꾸릴 계획은 없었는데, 교내 학생들과 그룹스터디를 하며 리더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었을까요. 언젠가부터 ‘어떻게 하면 이들 각각이 지닌 색깔과 장점을 살려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나중에는 ‘이들과 어떤 일을 해보면 좋을까?’ 하는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누리보듬의 창립멤버 네 명은 여기서 만난 사람들이에요. 모두 일하고자 하는 열정은 충만했지만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었죠. 평생교육사업은 전공을 살리면서도 저희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분들까지 도울 수 있는 접점이었습니다. 취약계층인 경력단절여성들을 교육해서 그분들이 강사로 자립할 수 있게 되면 그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공익 기여도가 큰 회사여서 사회적기업으로서의 조건도 타당했겠네요.
사회적기업은 이윤을 위한 영업활동과 동시에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창출해주는 등 사회적 책무도 다해야 해요. ㈜누리보듬의 주요사업군은 평생교육이고, 수업을 이수하면 취약계층에 속하는 분들도 구직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으니 기업 구조 자체가 사회적기업으로 적합한 셈이죠. 실제로 저희가 기획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강사로서 새로운 길을 걷고 계신 분들도 많이 계시고요.
사업 초기를 회상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나요?
이전까지 제가 하던 일은 기업 경영관리 업무였거든요. 그래선지 제대로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가 큰 걱정이었어요. 당시 저희는 교육과 관련해 대단한 스펙이나 경험이 없는 상태이기도 했고요. 그래도 뭐든 마음먹기에 달린 거잖아요. 무조건 성공시키겠다는 마음에 평생교육과 관련한 프로그램은 모조리 찾아다니고, 사람들에게 필요한 교육분야나 교육사업에 참고할 만한 것들을 늘 체크하고 다녔어요.
그때의 저를 기억하는 분들은 우스갯소리로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고 하시는데, 그 정도로 에너지가 넘쳤죠. 다행히 2014년 ㈜누리보듬을 설립할 당시의 울산은 아직 평생교육사업이 보편화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시장에 진입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어요. 그동안 이론적으로 배웠던 것들을 실전 교육에 적용하는 일도 무척 즐거웠고요.
처음으로 진행했던 프로그램이 한국사 교육이죠?
맞습니다. 한국사 교육은 ㈜누리보듬의 시작점이자 지금까지의 가장 큰 성과물이에요. 시작 타이밍도 좋았죠. 저희가 시작할 무렵이 서울대학교에서 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던 시점이어서 관심이 높았거든요. 베이비부머 평생학습사업인 ‘역사는 히(his-tory)스토리다’, 다문화가정 평생교육사업인 역사북아트 ‘먼 나라 역사, 우리나라 역사’ 등이 사업 초기 울산지역 평생교육 사업으로 선정된 프로그램입니다.
지도자 양성과정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어서,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수업 이수 후 강사로 설 기회도 있습니다. 저희가 독려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현재는 평생교육, 방과후수업, 체험교실(고래문화마을), 바우처사업 등 각 수업의 특성에 맞추어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고 있습니다.
교육사업은 보통 어떤 형태로 진행하나요?
교육기업이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맡으려면 각 지역별로 운영되는 교육 관련 기관에서 공모사업을 수주해야 해요. 사업제안서를 제출한 뒤 타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야 지역문화센터나 도서관 등지에서 주민들에게 교육을 시행할 수 있는 거죠. 간혹 기업이나 단체의 지원을 받아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합니다. 저희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수업도 있고요.
그동안 만난 수강생 중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이들이 있나요?
아마 다른 강사분들도 비슷하게 느낄 텐데,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유독 눈에 띄는 분들이 있어요. 강사로서 갖춰야 할 자질을 고루 갖추고 있다거나, 강사가 되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지는 분들이요. 직접 스터디그룹을 꾸려 공부하는 분들도 있죠. 의욕이 대단한 분들에겐 강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어요. 저희 직원으로 채용하는 경우도 있고요.
평생교육 강사로 활동하다가 저희가 진행하는 교육을 더 받고 아예 독립적인 교육사업체를 꾸리는 분들도 있어요. 내부 직원으로 채용했던 분이라 더 머물러줬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도 있었는데, 사실 이런 때가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에요. 제가 기획한 수업이 이 사람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독려한 거니까요. ㈜누리보듬의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강사로 활동하는 분들이 꽤 많아요. 각자 맡은 분야를 성실히 하고 계신 덕분에, 저희 쪽으로 강사를 섭외하는 연락도 자주 옵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교육 진행에도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아요. 앞으로의 교육 방향에 변화가 찾아올까요?
사람들과 대면하는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 교육프로그램 진행에 어려움이 있었어요. 업무시간을 단축하는 등 나름의 조치를 하긴 했지만, 당분간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것 같아서 새로운 사업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은 언택트가 대세니까 그런 것들을 잘 활용해야겠죠. 올해 교육프로그램에는 유튜브 영상을 활용하려고 합니다. 특히 학교에서 진행되는 사업들엔 필수적인 변화예요. 외부 선생님의 출입이 제한되고 있거든요. 학생들이 저희가 제작한 영상을 보며 따라 만들 수 있는 키트를 보내는 형태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가운데 이웃들을 위한 나눔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셨죠?
올 초부터 온 나라가 코로나19 때문에 힘들었잖아요.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직원들과 면 마스크를 만들어 타지역이나 아프리카, 인도 등 해외에도 전달했죠. 지자체나 지역 사회적기업협의회와 손 소독제를 만들어 기부하기도 했고요. 저희뿐 아니라 다른 사회적기업들도 여러 나눔활동을 하실 거예요.
분야를 확장해 교육사업 외에도 패브릭을 활용한 소품이나 관광기념품도 판매하고 계시잖아요. 최근엔 캐릭터 제품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어요. 올해의 새로운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려요.
저희가 고래문화마을 내에 어린이체험교실 매장을 별도 운영해요. 지금은 수리 중이라 운영이 중단된 상태지만 그동안 다양한 관광상품을 연구하고 개발해왔죠. 콘텐츠 하나만 있으면 액자, 가방, 옷, 달력 등 다채로운 상품군으로 개발할 수 있으니 관심을 두고 있던 차에 울산 북구청과 캐릭터 상품개발에 대한 논의를 하게 됐어요.
저희 직원 중에 홈패션 등 재봉수업을 진행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 때문에 북구청에서 고유 캐릭터인 ‘쇠부리’를 활용한 소품 제작을 문의한 거예요. 아직은 구상하는 단계여서 시장조사를 진행하고 있어요. 울산에 있는 여러 문화자원을 연계해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죠. 5월 중에 시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