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바꾼 사건
    산업안전기사 자격증 취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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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40대 중반을 향해 오늘도 열심히 달려가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소개하자면 고졸 출신의 현장 사원입니다. 굳이 고졸이라는 학력을 언급한 이유는 우리 사회에서 학력은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아무리 경력을 쌓는다고 한들 그것이 사회에서 결코 동등하지 않음을 잘 아실 겁니다. 하지만, 이 국가자격증은 학력을 뛰어넘을 수 있는 무기이자 그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나타내는 척도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제 사례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 2020년도 국가자격취득 수기를 전합니다. 지면 관계상 실제 수기 내용을 조금 각색하여 전합니다.
 

떠맡은 안전관리 업무
약 18년 전 현장으로 입사하여 Pump, Fan, Motor류 등의 설비 유지관리·보수와 설비 운영 및 관리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몇 년간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업무 지식 습득과 작업 역량을 강화하던 중 감독자의 지시로 안전관리 업무도 병행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대부분 기업에서 생산 우선, 설비 가동률 향상 등 ‘빨리 빨리’ 문화와 함께 이익 추구가 앞섰기에 안전에는 다소 소홀했습니다. 안전 보호구를 착용하고 있으면 ‘어느 세월에 작업하느냐?’라는 식으로 나무라기 일쑤였습니다. 35% 염산 탱크의 설비가 고장났을 때, 다들 보호구 착용 하나 없이 맨손으로 염산에 손을 담그고, 설비 고장을 빠르게 조치하면서 그것을 자랑스러워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선배들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안전을 챙기는 게 더 이상한 상황이 되어 그런 분위기에 점점 익숙해지게 되었습니다.

나를 바꾼 두 가지 사건
그러던 어느 날, 두 사건이 직장 내에서 일어나게 됩니다. 첫 번째, 동기 중 한 명이 안전사고를 당했습니다. 생산 설비 가동 정지 후 고장 부품의 보수 작업을 하던 중 그 사실을 모르던 동료가 설비를 가동시켜 손을 다치게 되었습니다. 그의 오른손은 이제 의수가 대신하고 있고, 본인도 그날의 트라우마를 잊을 수 없다고 합니다.

두 번째, 자세히 언급할 수는 없지만 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 직장 내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여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가 된 산업중대재해가 있었습니다.
이후 내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과 친한 동료를 잃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안전 관련 법규를 찾아보고, 실질적인 안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안전 점검을 했습니다.
 


나를 가로막은 전문성
저 나름대로 열심히, 적극적으로 안전 점검을 수행하여 작업자들의 안전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의 생각은 전혀 달랐습니다. 전문성에 전혀 차이가 없는데, 현장에 와서 지적하는 게 귀찮고 기분 나쁘다는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본인들의 안전에 대한 판단이 정확하다고 했습니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무엇으로도 증명할 수 없었습니다. 그들에게서 돌아서며 스스로에게 다짐했습니다. 꼭 전문성을 증명하겠다고.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국가자격증이었습니다.
가스, 소방, 산업안전, 건설, 산업위생, 인간공학 등 다양한 안전 관련 자격이 있었지만, 그중 산업 분야의 전반적인 안전을 다루는 산업안전기사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응시자격을 확인해보니 고졸인 저도 경력을 통해 충분히 도전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안전관리자의 역할도 제대로 모르면서 그동안 안전 관리 업무를 수행했다고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꾸준히 반복한 덕분인지 1차 필기시험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2차 실기시험에도 곧바로 도전했는데 턱없이 부족한 점수로 불합격했습니다. 학습 범위가 광범위하고 숙지할 내용이 많은데, 단순 암기식으로 공부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습니다.

여러 방법 검색 중 목차 학습법이라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목차를 보면 단원에서 숙지해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한 포괄적인 테마가 나오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내용들이 무엇이 있고 어떤 유형의 문제가 있었는지 머릿속으로 그려질 정도로 학습했습니다. 이후 실기시험에 합격하여 꿈에 그리던 산업안전기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처음 맛본 달콤한 열매로 큰 자신감을 얻었습니니다. 내친 김에 건설안전기사 자격증에 도전했습니다. 이후 더 상위 자격증인 기능장 자격증에도 도전하여 위험물기능장과 가스기능장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출퇴근 시간마저 학습에 활용하고, 식사시간에도 암기한 내용을 되새길 정도로 노력했습니다. 이후로도 더 열심히 노력하여 산업위생관리기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자격증 취득 이후 달라진 점
국가자격증이 있음을 알게 된 후 작업자들은 제가 요청하는 정당한 안전 개선 요구를 전부 수용하게 되었습니다. 타당한 근거에 의한 요청을 하니 반박할 이유가 없어진 것입니다. 직장에서 이러한 전문성을 높게 사준 덕분에 법적 안전관리자로 선임이 되어 국가에 등록되었고, 현장을 떠나 사무실에서 사무직과 동등한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동료들에게도 국가자격증 취득을 권장하여 그중 두 명이 기능장 자격증을, 세 분이 기사 및 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이제 저는 최상위 자격증인 기술사 자격증에 도전하려고 합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노력에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차별 없는 국가자격증 제도를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국가자격은 그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한 전문가에게 주는 국가 공인 증서입니다. 이 국가자격 제도를 잘 활용하셔서 전문성을 향상하여 취업, 승진, 포상 등 모든 분야에 도움을 받았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업데이트 2021-03-17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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