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적 신뢰 회복을 위한 직무책임 수행
    유봉환 흥사단 투명사회 운동본부 상임감사, 대주회계법인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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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공공기관의 투기 의혹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해 부동산을 소유하지 못한 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에 따른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더욱 그 파장이 크게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그들만의 폐쇄 공간에서의 댓글 중 “부동산에 대한 식견이 있어 선제 투자를 잘만 한 것인데 왜 야단이냐”라는 투의 항의 글은, 소위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하지 않고 성실하게 자신의 사업 또는 직장의 업무에만 충실했던, 그리하여 자본소득을 누리지 못한 이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유례없는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수많은 ‘벼락부자’들의 탄생을 봤고, 그들 중 상당수는 부동산 투자로 인하여 재산을 축적한 자들임을 잘 알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이런 자들을 ‘운이 좋은 사람’ 또는 ‘부지런한 사람’으로 부러움의 대상으로 인식하기도 했다.

자신의 전문지식과 정보를 활용하여 투자를 잘(?)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어느 때보다 강하게 분노하는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우리사회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국민 주거 안정의 실현과 토지의 효율적 이용으로 삶의 질을 향상하고 국민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라’라는 임무를 ‘국민’이 아닌 ‘자신’으로 해석하고 실천한 이들에 대한 배신감에 대한 분노가 크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들의 행위의 부당함은 곧 토지의 취득원가를 높이고, 이에 따라 공급하는 주택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들의 행위에 대하여 비난을 하지만, 이는 지극히 사소한 이유 중 하나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믿고 맡긴 자들의 배신감에 대한 분노가 더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과거에도 부동산 투기 사건들이 있었지만 이를 불로소득에 따른 탈세 문제 정도로 인식했으나 이번에는 사건의 본질을 수탁 책임자에 대한 사회적 배신, 즉 신용의 상실을 더 큰 죄악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합의의 차이가 있다고 본다.

경제적 사건이지만 경제적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 신뢰의 상실이다. 이를 더 큰 아픔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변화에 대하여 우리의 법과 제도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자들은 부여된 직무 책임(Due Care)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전문지식과 이를 성실하게 수행하려는 의지가 필요하고, 이를 제대로 수행하도록 하는 적절한 제도적 통제가 필요하며,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에 대한 예방적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이번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면서, 투명하고 공정한 신용사회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그동안 소홀히 했던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새롭게 가져야 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업데이트 2021-05-03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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